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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상표표시제 폐지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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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상표표시제 폐지 '빛 좋은 개살구'?

입력
2008.09.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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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특정 정유사의 간판을 내건 주유소도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팔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다른 정유사 기름과 섞은 '혼합제품'은 특정 정유사의 기존 제품보다 싸게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정유사와 주유소간 계약 및 거래 관행으로 인해 실제로 소비자가 혼합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정유 및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1992년부터 16년여간 시행돼 온 '석유제품판매 표시광고(상표표시제) 고시'가 지난 6월 폐지된 데 이어 1일부터 개정 고시가 시행된다. 주유소 상표표시제 고시란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표시하는 경우 해당 정유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만을 판매토록 한 것. 그러나 정유사가 주유소에 자사 제품만을 전량 구매토록 하는 데에 고시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공정위는 지난 6월 정유사간 경쟁 유도 차원에서 이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정 정유사의 간판을 내건 주유소라 하더라도 해당 정유사의 제품 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공급받아 팔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경우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은 제품이 나오는 주유기엔 '혼합제품'임을 표시해야 한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가격 인하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로 앞으로는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에 얽매이지 않고 가격이 싼 다른 정유사 제품을 그 때 그 때 구매해서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특히 석유 제품 도매시장에서 '덤핑'되는 제품 등을 싸게 사올 경우 기존 제품보다 ℓ당 40~50원 저렴하게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들이 이처럼 저렴한 제품을 만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유소에서 혼합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정유사와 맺은 '전량구매계약'이 만료돼야 하는데 통상 계약 기간이 1~5년이나 되기 때문이다. 계약이 만료된다 하더라도 정유사가 해당 주유소에서 혼합제품을 팔 경우엔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정유업계에선 이미 혼합제품 판매 주유소엔 포인트 적립과 카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정유사로부터 설비 및 금융 지원 등을 받고 있는 주유소의 경우에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실제로 혼합제품을 팔 수 있는 주유소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일부터 개정 고시가 시행되겠지만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며 "앞으로 정유사와 주유소가 어떻게 대응할 지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로선 주유소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 효과는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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