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현금흐름'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자칫 국내 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31일 '국내 기업 현금흐름 불안하다' 보고서에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601개사를 분석한 결과, 작년 영업현금흐름은 매출액 대비 4.5%로 1997년 3.7% 이후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1.1%를 기록해 작년 상반기(4.0%)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2007회계연도 기준 일본 닛케이225 지수에 포함된 191개사의 영업현금흐름은 7.5%, 미국 S&P500 지수에 편입된 339개사는 14.5%를 기록했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즉 영업활동으로 현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국내 기업 비중은 지난해 29.6%로 1997년 30.7%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상반기엔 작년 상반기에 비해 무려 10.9%포인트 증가한 46.1%까지 높아졌다.
부문별로는 내수기업, 중소기업, 건설업종의 현금흐름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1.8%로 대기업 1.9%에 비해 부진했다. 건설업은 -11.3%로 가장 심각했다. 건설업의 경우 전체 39개사 가운데 74.4%(29개사)의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
LG경제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요즘과 같이 기업 외부환경이 열악한 경우엔 손익계산서 상의 '영업이익'보다 현금흐름표의 '영업현금흐름'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최근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확대된 당기순이익보다 급격히 줄어든 영업현금흐름을 더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은 GM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국내 기업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진 이유는 뭘까. 박 연구위원은 "제품판매 부진, 대금회수 지연 등이 주원인"이라며 "이는 세계경제 둔화, 내수 부진 등이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향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 원자재 조달, 광고비 지출, 원리금 상환, 임금ㆍ배당금 지급 등에 곤란을 겪게 되고, 더 심각해지면 파산으로 이어진다"며 "기업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안정성에 비중을 두고 현금흐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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