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우량아'로 통한다. 지난해 말 현재 장ㆍ단기 차입금은 불과 1,000만원으로, 1994년 회사 설립 이후 사실상 금융권 의존 없이 무차입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P건설이 올해 금융권으로부터 5,6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들여왔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 주택건설 사업권 등을 인수하느라 차입 요인이 발생하긴 했지만, 15년간의 무차입 경영을 끝내게 된 데는 최근의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심각한 자금난 탓도 있다"고 말했다.
# 중견 건설업체 자금담당 임원 K씨는 최근 운영자금을 빌리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지만 별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방 미분양이 갈수록 쌓이는데다 향후 건설경기도 좋지 않아 500억원 가량을 장기로 차입하려 했지만, 은행 측은 미분양에 따른 미수금 증가 등을 이유로 단기 100억원만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씨는 "아파트를 아무리 지어도 팔리지를 않아 미수금만 쌓이고 있다"며 "추가 차입이 안 되면 연말까지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건설업계가 돈줄이 말라가는 '돈맥경화'로 시름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분양 미수금 증가 등으로 자체 자금 조달력이 떨어지면서 금융권 차입을 늘려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중견ㆍ중소 건설사들은 대출조차 어려워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부채는 총 32조5,285억원으로, 1년6개월 전인 2006년 말(24조526억원)에 비해 35%(8조4,759억원)나 늘었다.
상장 건설업체의 평균 부채 비율도 2004~2006년 150%선을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0%포인트 상승한 156.8%를 기록했다.
회사 운영자금의 압박도를 진단해볼 수 있는 단기 차입금도 급증세다. GS건설의 올해 상반기 단기차입금은 1,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2006년 말(28억원)에 비하면 40배가 넘는 수준이다. 롯데건설과 SK건설도 같은 기간 668억원과 500억원에서 각각 7,372억원과 5,489억원으로 11배나 불어났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는 현금성 자산 감소에서도 증명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장 39개 건설사의 재무상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6월 말 현재 이들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은 총 2조7,810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6,787억)에 비해 24%(8,977억원)나 줄어들었다. 전체 상장 기업과 10대 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같은 기간 각각 3.19%, 13.85% 상승한 것에 비하면 건설업계의 유동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 수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견 건설사들은 이미 자금 차입의 어려움에 봉착했고, 대형 건설사들은 분양 미수금 증가 탓에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누적된 미분양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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