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사 발주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상문(62)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브로커 서모(55ㆍ구속)씨를 청와대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9일 "정씨가 홍경태(53) 전 청와대 총무행정관, 브로커 서씨와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청와대 출입기록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씨와 정씨는 서씨 청탁으로 2006년 영덕∼오산간 도로공사를 대우건설이 수주하도록 발주처인 한국토지공사 김재현 전 사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씨와 김 전 사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 혐의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연결 고리인 홍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23일 부인 이모(53)씨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홍씨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박세흠 전 대우건설 사장과 이 회사 신모 상무를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키로 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사장 등은 홍씨 소개로 찾아온 서씨에게 부산 신항만 공사에 입찰한 경쟁 업체의 입찰가를 보여줘 서씨가 로비한 S건설이 낙찰되도록 한 혐의다.
이와 관련 박 전 사장은 "신 상무에게 의례적으로 '서씨를 도와주라'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신 상무는 "박 사장의 지시로 경쟁업체의 입찰 정보를 보여줬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브로커 서씨에 대해서도 청와대 로비 자금 명목으로 S건설에서 9억1,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횡령)와 청탁 대가로 홍씨에게서 받을 돈 5억원을 탕감해준 혐의(뇌물공여)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의 뇌물수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홍씨와 홍씨의 부인 등에 대해 계좌추적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홍씨는 이날 국내 언론에 전화를 걸어 "도피할 이유도, 숨길 것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로 온 것은 아내와 오래 전부터 계획한 일정"이라며 도피 의혹을 부인했다. 또 "일정이 끝나는 대로 귀국해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면서도, 그는 정확한 귀국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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