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의 진화는 끝이 없다. 새로운 시즌 유행 경향을 묻는 질문에 "패션이 미술적 표현과 건축의 실루엣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매력으로 다가올 것"(노영주 삼성패션연구소 책임연구원)이라는 대답을 내놓는 패션 전문가도 있을 정도다.
더욱이 패션 트렌드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일깨워주는 바로미터가 아니던가. 하루가 다르게 선선해지고 있는 바람을 채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에스닉 룩'이라는 새로운 유행이 우리 곁을 찾아 왔다.
지금 많은 패션 관계자들과 거리의 멋쟁이들은 "올 가을 패션 리더로 거듭나려면 보헤미안이 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민속 의상에서 모티프를 얻어 시작된 에스닉 룩이 커스틴 던스트, 올슨 자매 등 할리우드의 패셔니스타들에 의해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예고되고 있는 까닭이다.
■ 에스닉 룩의 재탄생
이번 가을겨울 시즌엔 전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여러 가지 패션 스타일이 공존할 것으로 보이지만 에스닉 룩의 활약은 단연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선보이는 에스닉 룩은 이전의 유행과는 다르게 약간의 디테일 변형 등으로 표현한 현대적인 콘셉트의 에스닉 룩이어서 여러 유행 경향과도 병존하는 메가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에스닉 룩이 모던하고 세련되게 재탄생됐다는 이야기다.
에스닉 룩의 대표 아이템인 페이즐리 문양으로 유명한 에트로의 홍보 담당 고민화 대리는 "1970년대 패션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에스닉 룩이 올 시즌 모던하고 세련되게 재탄생했다"며 "에스닉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프린트가 원피스나 재킷 등의 패션 아이템 전면을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부분적으로 프린트가 들어가거나, 빈티지한 가죽 아이템과의 믹스&매치로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던 에스닉 아이템들이 트렌디하게 진화한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 구호는 인도와 중앙아시아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에스닉 룩'을, FnC코오롱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쿠아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보헤미안 시크 룩'을 올 가을 주목받을 패션 스타일로 제시한다. 옥션에서는 '에스닉'이라는 키워드에 검색되는 아이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늘었다.
■ 경기 침체ㆍ환경에 대한 관심이 원인
자연히 올 가을 유행 컬러도 빈티지의 느낌이 나는 색상을 꼽는 패션 전문가들이 많다. 가을겨울의 전형적인 시즌 컬러인 카키, 갈색, 보라색 등과 자연의 느낌이 강한 호박색, 사과색, 그린 올리브 등의 색상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구호의 임수현 디자인실장은 "지난 봄에는 블랙이나 화이트에 화려한 액센트 컬러를 매치했다면, 이번 가을에는 액센트 컬러들을 좀 더 과감하게 코디해 강렬한 컬러 대비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트렌드"라며 "특히 어두운 컬러들끼리 매치하는 경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에스닉 룩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기 침체와 디자이너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실용성과 현실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패션계에서도 독창적인 콘셉트 제안보다 기존에 갖고 있는 옷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스타일이 많아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옥션 패션팀 홍숙 팀장은 "보헤미안적인 프린트가 그려진 셔츠나 페도라(중절모 스타일의 모자), 스카프와 코사지 등은 아이템만 잘 믹스매치해도 스타일을 살릴 수 있어 불황에 적합한 효자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또한 올 상반기 패션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친환경 모드는 가을겨울 시즌까지 이어져 많은 디자이너들이 꾸미지 않은 듯하면서도 화려하고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베스트 스타일인 '에스닉'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히피 풍의 롱드레스가 대표적인 예. 풍성한 느낌을 주어 마른 체형에 어울릴 뿐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는 에스닉 스타일의 전형이다.
■ 믹스&매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하지만 아무리 현대화되었다고 해도 자칫 잘못 입으면 나이가 들어보일 수 있는 맹점이 있는 게 바로 에스닉 룩이다. 프린트가 새겨진 의상을 상하의 세트로 입기보다 화려한 문양의 튜닉 블라우스를 입었다면 하의는 단순하고 몸에 밀착되는 블랙 스키니 진 등을 매치해 슬림하면서도 안정된 룩을 연출하는 게 좋다.
자수나 술 장식 등이 들어간 집시 풍의 원피스를 입을 경우 브라운 가죽 벨트로 가운데 중심을 잡아주거나, 가죽 베스트를 입어 빈티지한 감성과 매치해 정돈된 모습으로 연출할 수 있다.
에스닉 룩과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는 크고 화려한 스타일이다. 큰 가방과 에스닉한 목걸이를 매치하거나 페도라로 포인트를 준다. 밀짚 소재로 된 페도라를 활용하면 평범한 스타일에도 재미를 줄 수 있다. 스카프를 적절하게 연출해줘도 좋다. 머?위에 반다나처럼 연출하면 손쉽게 보헤미안의 느낌을 주는 에스닉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스카프 자락을 길게 내려 넥타이처럼 연출하면 또 다른 멋이 난다. 에스닉 룩을 연출할 때는 펌프스나 스니커즈보다 술 장식이 들어간 스웨이드 부츠 등을 신어 느낌을 살려주고, 우드 뱅글(팔찌류)이나 자수 벨트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 또한 방법이다.
가방은 화려한 프린트가 들어간 제품보다는 가죽 소재 크로스 백 등을 매치하는 게 좋다. 과감하고 현란한 프린트를 옷으로 입기 부담스럽다면 단색 컬러의 심플한 룩에 자수와 술 장식이 가미된 케이프나 스카프, 가방 등의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줘 손쉬우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느낌의 '모던 에스닉 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올 가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믹스&매치 스타일링과 현명한 아이템 선택으로 세련된 도시의 모던 보헤미안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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