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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횡성 봉명폭포, 원시·청량미 가득 이끼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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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횡성 봉명폭포, 원시·청량미 가득 이끼폭포

입력
2008.09.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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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이들과 차 한 잔을 나누던 터에 횡성에 좋은 이끼폭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지난해 찾아갔던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의 감흥이 너무 깊었었기에 '이끼폭포'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봉명폭포란 이름을 전해들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인지 그 폭포와 관련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 저곳 귀동냥, 마우스 동냥을 팔아 폭포가 있는 계곡으로 찾아 들었다.

봉명폭포가 있는 곳은 강원 횡성의 깊은 산골마을인 청일면 봉명리. 전통테마마을인 봉명리는 '고라데이 마을'이란 옛 이름을 지금도 쓴다. '고라데이'는 골짜기의 강원도 사투리다.

봉명폭포를 품은 발교산(998m)과 수리봉(960m), 병무산(920m)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름 그대로 골과 골이 이뤄 만든 마을이다. 그 골짜기 중에서 절골을 통해 발교산에 오르는 산길에 봉황의 울음소리를 낸다는 봉명폭포가 있다.

절골 입구에서 시작된 산행. 차 한 대 겨우 지날 비포장길은 융프라우펜션을 지나면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폭 3~5m 되는 물줄기의 아담한 계곡이 길과 내내 함께했다.

부드러운 산길엔 짙은 녹음이 우거져 햇볕이 뚫고 내려오지를 못했고, 철철 흐르는 계곡물에선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계곡의 청량함이 너무 아까워 떠나는 여름을 마냥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명맥바위'란 이름의 바위를 지나 계곡길은 더욱 깊어졌다. 돌다리로 내를 건너가고 다시 건너오며 산길은 계속 계곡 위로 안내한다. 누가 설치했을까, 예쁜 나무벤치가 계곡물을 바라보고 놓여있다. 지나는 이들이 의자 대신 돌무더기에만 걸터앉았는지 의자에는 녹음의 더께가 수북이 내려앉았다.

'고라데이 심마니 체험장' 표지를 지나서 길은 계곡길과 능선길로 갈라진다. 둘 다 발교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폭포를 보러 온 길, 당연히 계곡길로 방향을 틀었다. 다녀간 이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길은 점차 좁아졌다. 높게 자란 수풀 사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진 길은 급경사의 나무계단과 맞닥뜨렸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물소리도 더욱 커졌다.

나무계단을 올라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폭포가 나타났다. 아래 위로 나뉘어진 봉명폭포 중 하폭포다. 초록 이끼 낀 바위 사이로 시원스레 물줄기가 낙하했다. 하늘이 툭 트인 공간으로 떨어지는 폭포라서인지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만큼의 영험한 기운은 들지 않았다. 나무가 우거져 빛을 막았더라면 초록의 이끼가 더욱 성했을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상폭포로 올랐다. 하폭포 중간 부분을 가로질러 한굽이 돌아서 만난 상폭포. 조금전 보았던 하폭포는 상폭포로 안내하는 이정표에 불과했다. 상폭포의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액세서리였을 뿐이다.

햇볕을 온통 틀어막은 녹음 속에 폭포수가 콸콸거리며 이끼 계단을 타고 떨어진다. 물길을 떠받치는 돌계단과 주변의 바위엔 초록의 융단이 뒤덮었다. 귀는 먹먹해졌고, 눈은 황홀해졌다. 이 좋은 폭포가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에 숨어있었을 줄이야. 눈을 부비고 또 부볐다.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대다 조금 마음이 차분해졌을 때 폭포 속에 손목을 적셨다. 짜릿한 시원함. 청량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 여행수첩

● 6번 국도를 이용해 횡성읍으로 가 19번 국도를 타고 청일면ㆍ홍천 서석면 방향으로 달린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중앙고속도로 횡성IC에서 나와 횡성읍에서 19번 국도로 갈아탄다.

횡성호와 청일면사무소, 춘당마을을 지나 춘당초등학교 직전에서 좌회전, 봉명리 마을길로 계속 직진한다. 봉명4교라는 작은 다리가 봉명폭포 가는 산길의 입구. 차는 이곳에 주차해야 한다.

● 다리 옆 융프라우펜션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길로 40분 가량 걸어 오르면 봉명폭포다. 펜션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지만 펜션 고객이 아니면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 봉명리는 '고라데이 마을'이란 이름의 전통테마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에는 황토집이나 서양식 펜션 등 민박집들이 많다. 마을 홈페이지(http://goradaeyi.go2vil.org)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 승우여행사는 봉명폭포와 인근 평창군 봉평의 메밀꽃축제를 연계한 당일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9월 6, 7, 9, 11, 13, 15일 출발한다. 참가비는 더덕정식의 점심값을 포함해 일반 4만3,000원, 어린이 4만원. (02720-8311

횡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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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그림자 드리운 횡성호, 한세기 숨결 풍수원 성당

봉명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태기산(1,261m)에서 흘러내린 운봉천과 만나 섬강을 이룬다.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아름다운 물줄기다. 횡성군 갑천면 횡성호에서 잠시 큰물을 이루는 섬강은 횡성읍과 간현유원지를 거쳐 여주에서 70여km의 여정을 끝내고 남한강과 합류한다.

봉명리에서 물줄기를 따라 남하하다 만나는 횡성호는 섬강의 고운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호수 속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산자락들이 겹쳐져 정한 물 속에 첩첩의 산그림자를 드리운다.

횡성댐이 완공된 건 2000년 11월. 원주 등 섬강 하류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횡성호도 다른 댐처럼 조상 대대로 뼈를 묻고 살아왔던 마을을 물 속에 묻어야만 했다. 중금, 부동, 화전, 구방, 포동 다섯 동네가 그 물 속에 잠겨있다.

갑천면 대관대리 횡성댐 망향의동산에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는 망향탑이 서 있다. 아름다운 호수 속에는 몇푼 안되는 보상금을 받아들고는 나고 자란 고향을 등지고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실향민들의 애잔한 기억도 함께 담겨있다.

횡성은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요지. 하지만 서울에서 출발하는 여행객이라면 고속도로보다는 6번 국도를 추천한다. 고속도로가 크게 휘돌아가는 반면 6번 국도는 곧바로 가로질러 횡성에 다다른다.

서울에서 양평을 지날 때까지는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이 도로는 횡성의 경계를 넘어서면 주변의 풍경과 녹아들며 구불구불한 옛 신작로의 낭만을 선사한다.

6번 국도에서 처음 만나는 횡성의 관광코스는 풍수원 성당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단아한 성당이다. 성당이 들어선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산골짜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앙촌이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용인을 근거로 했던 4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피난처를 찾아다니다 정착한 곳이 지금의 풍수원이다. 그때부터 이 일대는 신앙공동체 터전이 됐고, 1886년 병인박해와 1871년 신미양요를 거치며 다른 신자들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신앙촌으로 자리잡았다.

화전을 일구고 토기를 구워 연명해온 신앙촌은 이곳에 부임한 정규하 신부의 주도로 1907년 지금의 성당을 준공했다. 우리나라의 4번째 서양식 성당이고, 한국인 신부가 건립한 것으로는 최초의 성당 건물이다.

본당 건물은 아담하다. 성당 내부는 마룻바닥이다.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성당에선 아직도 방석을 깔고 앉아 예배 드린다. 고즈넉한 성당은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날이 조금 더 선선해지면 숯가마의 원조격인 강원참숯가마(033-342-4508)나 어답산 기슭의 횡성온천(033-344-4200)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횡성의 자랑인 횡성한우를 믿고 먹을만한 곳으로는 횡성축협이 운영하는 횡성한우프라자(033-343-9906)를 추천한다.

횡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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