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마나부 지음ㆍ강우원용 옮김/이다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
일본을 뒤집으라. 야쿠자를 보게 될 것이다. 방랑 사무라이에서 재야 정치인까지를 포괄하는 야쿠자는 지극히 일본적인 현상인 동시에 그들의 본질이다. 일본 근대화의 비밀 또한 거기에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야쿠자대책담당위원회'는 야쿠자를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을 유지하는 폭력적 이욕 추구 집단"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민중의 친척'이라는 시각도 엄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야쿠자 읽기는 일본의 겉과 속을 동시에 보는 일이다.
아버지가 교토 야쿠자 조직의 보스였던 저자 미야자키 마나부(63ㆍ宮崎學ㆍ63)가 쓴 이 책은 폭력 조직인 야쿠자를 통해 일본의 과거ㆍ현재ㆍ미래를 통찰한다. 야쿠자는 일본의 숨겨진 내면이라는 것이다.
야쿠자는 14~15세기 전국(戰國)시대 등장한 하급 무사군의 리더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다 도쿠가와 막부때 실직한 무사, 노름꾼, 동네 건달 등 기존 질서에서 이탈한 백성이 사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기에 이른다.
일본의 발달에 따라 도시형으로 발달한 야쿠자는 '오야분 - 고분' 관계를 제도화, 1인 지배에 의한 엄격한 주종 관계와 독특한 문화를 발달시켜 왔다. 특히 제국주의 시절 우익 세력인 '대일본국수회'로 천황에 충성을 다짐한 야쿠자는 '합법적인 무법자'로서 기꺼이 노동 운동 탄압의 도구가 된다. 메이지유신 이후, 야쿠자는 정치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오고 있다.
야쿠자는 조직 공고화를 위해 '의리와 인정'이라는 일본적 가치를 적극 수용했다. 흥행 사업은 그 절정이다. 특히 한국전쟁을 기화로 조직을 재건한 야마구치조가 대중 가수(미소라 히바리)와 스포츠맨(역도산)을 지렛대로 전국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상술하며 야쿠자의 현대적 의미까지 짚어낸다.
지은이는 일찍이 마르크시즘에 경도돼 일본 공산당과 폭력적 학생 조직 활동을 하다 웹 잡지 '직언'을 운영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해 오고 있다. 이 책은 5년여에 걸친 야쿠자 연구의 결산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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