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동양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에는 하루에 무려 2만 톤에 달하는 수도권 58개 시ㆍ군의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라면 생각만으로도 숨을 참고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막상 그곳의 규모를 보면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광활함에 압도 당하고, 쓰레기 썩는 매캐한 냄새가 나지 않아 놀라게 된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의 주인공은 메탄가스인데, 수도권 매립지에서는 작년부터 이 메탄가스를 모아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18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해 중유 50만 배럴의 수입 대체효과와 연간 169억원이라는 짭짤한 전기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50MW 규모의 세계 최대 매립가스 발전시설인 셈이다.
또 메탄가스를 배출하지 않게 됨에 따라 연간 121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게 됐고, 국제적으로 공인 받아 탄소배출권도 확보하였다. 외국의 탄소시장에 팔 경우 연간 121억원의 부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악취도 줄이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태우는 쓰레기는 압축해 고형연료로 만들어 석유나 석탄의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음식물쓰레기, 가축분뇨 등은 발효시켜 바이오 가스를 만든 후 찌꺼기는 좋은 비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열은 난방, 온수공급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태양력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들과 비교해도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경제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선진국은 이미 고유가 문제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로 활용 가능한 폐기물의 매립을 금지하는 등 폐기물에너지 활용률을 201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8%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액션플랜을 발표했고, 일본은 음식물쓰레기 등 바이오 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폐기물의 80%를 재활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잠재된 신재생에너지는 39억TOE(1TOE는 원유 1톤에서 얻는 에너지의 양)로, 1%만 활용해도 에너지 수요의 20%를 공급할 수 있지만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노력은 많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까지 폐기물 에너지화율을 1.8%에서 31%로 높이고, 관련기술을 개발하는 방안 등을 담은 폐기물 에너지화 종합대책을 5월에 발표했다. 차질 없이 추진되면 원유대체로 연간 약 6,000억원, 탄소배출권 판매로 연간 약 560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쓰레기 매립량이 줄어들면 매립지 면적도 줄어들어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소각시설 대신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이 설치되면 다이옥신이 발생하지 않아 주민의 불안을 덜 수 있으며, 기후 변화에도 도움이 되는 등 여러 모로 친환경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은 고유가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협조와 이해가 절실하다. 환경부는 지자체, 주민,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마르지 않는 유전, 폐기물에너지로 맑은 하늘을 마음껏 우러러 볼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병욱 환경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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