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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글문화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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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글문화의 세계화

입력
2008.09.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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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그 문화의 내용과 특성을 드러내 외부에 알리는 수단이 되면서 그 자체로서도 중요한 문화를 형성한다. 이처럼 인류사회 문화의 핵심이 되는 언어는 '소리말'이나 '글말(문자)'로 표현되는데, 이 가운데 '문자'는 언어적인 요소를 떠나서도 독자적인 문화영역을 가지고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가운데 하나다. 세계의 여러 다른 언어의 말소리를 가능한 한 발음에 가깝게 적으려 할 때, 한글체계는 어느 언어 문자보다도 탁월하다.

수출 추진 등 움직임 활발한데

이처럼 뛰어난 기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배우기가 쉽다. 거기에다 한글의 조직은 매우 과학적이면서, 조형성이나 가독성에서도 우수하다. 이 정도면 한글이 대우를 받으며 세계의 문자로 통용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움직임들이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문자가 없는 언어를 쓰는 민족에게 한글을 표기수단으로 하자는 운동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덤비면 '일방적 무리'로 끝날 개연성이 높다. 한글은 분명 여러 언어에서 표기수단이 되기에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그들이 새로운 문자를 받아들일 때에는 문자 자체의 우수성 외에 그들의 자존심이나 역사성, 사회성, 국내외적인 효율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검토될 것이다. 한국어 사용인구가 세계에서 12위 정도라지만 아직은 사용 지역이 국내에 집중되어 있다.

경제력이나 무역량이 세계 10위 권이라고 하여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그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면, 그들과의 충실한 상호 교감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글을 국제 음성기호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래도 좀 나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글의 세계화는 언어적인 요소를 버리는 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한글을 소재로 하는 디자인, 미술, 예술의 세계가 다양하고 폭 넓게 전개될 수 있으며 매우 조금씩이지만 성과를 거두어 가고 있다. 한글의 형태는 자음과 모음, 그리고 그들을 조합한 음절자 모두가 정형적인 기하학적 분할로 이룬 네모 모양을 하나의 단위로 하며, 각 단위의 독립성은 철저하다. 이러한 한글에 미적 변화를 주는 것인데, 그것은 언어적 표현과 관계를 가질 수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의 문자디자인이 되기도 하고, 그 이상의 문자추상을 넘어 반(反)형태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한글은 기하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문자 형태를 갖추었으므로, 창의적인 예술감각을 가미한다면 또 하나의 훌륭한 미학의 세계를 이루어 낼 원천 소재가 될 수 있다. 이 모두를 '한글문화'라고 하겠는데, 이는 우리들의 주도에 의해 시작되겠지만 성과가 국내외에서 인정된다면 곧 외국인들이 능동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시각예술에서 문자는 매우 소중하고 훌륭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사랑

한글문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서 시작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일들이 있다. 그것은 언어적인 한글문화의 수준 높은 실현으로, 한글로 이루어지는 문학과 출판, 영상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어의 해외 보급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 특히 문자 면에서는 책, 컴퓨터, 텔레비전, 영화, 간판, 포스터 등 현대의 디지털시대에 다양하게 요구되는 여러 부문에서 각각의 쓸모와 개성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모양이 딱딱하다는 인상도 덜어내고 가독성도 높여 언어적 기능과 미적 성취를 모두 올리는 한글 글꼴들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상적으로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가 그 우수성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며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글문화 발전을 위한 에너지이다.

홍종선 고려대 국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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