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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생가에 울린 뮤지컬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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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생가에 울린 뮤지컬 아리아

입력
2008.08.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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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어릴 적 세자 만할 때 여염의 아이로 자랐어라. 구경 좋아하고 얌전한 체하는 그런 천진했던 소녀였었지…."

수백 회도 더 반복한 뮤지컬 <명성황후> 의 한 장면일 뿐이지만 세자에게 불어를 가르치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명성황후를 연기하는 배우 이태원의 얼굴에 유난히 생기가 돌았다.

그가 마치 극중이 아닌 실제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감회에 젖어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보통의 공연장이 아닌 이색 공간에서 펼쳐진 무대에 선 까닭이다.

28일 경기 여주군 능현리 명성황후 생가에서 명성황후를 추억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관광공사와 여주군, 뮤지컬 <명성황후> 의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이 공동으로 주최한 '명성황후의 숨결을 찾아서-경기도 여주 명성황후 생가 현장기행'. 지난해 11월 명성황후 시해 장소인 경복궁 내 건청궁 복원 기념 행사에 이은 두 번째 현장 이벤트다.

이날 행사는 최근 복원돼 성역화 사업이 마무리된 명성황후의 생가, 명성황후가 7세부터 궐에 들어가기 전까지 살았던 감고당과 명성황후 기념관을 돌아보고 15분 여의 뮤지컬 <명성황후> 하이라이트를 감상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참석자와 행사 관계자 등 총 70여명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야 하는 좁다란 생가 마당에서 펼쳐진 공연이었지만 열기만큼은 그 어떤 대극장 무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인터넷을 통해 참가 의사를 밝힌 한국의 대학생을 비롯한 일본 미국 중국 등 총 9개국의 젊은이 32명이 참여해 서로의 문화를 함께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의미를 더했다.

당연히 이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명성황후가 어린 세자와 마지막 작별을 앞두고 부르는 '어둔 밤을 비춰주오'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는 일본 대학생 인도 사토미(22)는 "명성황후의 존재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나라의 역사를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터넷 신청을 통해 참석한 김은경(26)씨 역시 "역사 왜곡 문제에 관심이 많은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과 명성황후에 대한 이해를 함께 나눌 수 있어 뜻 깊은 자리였다"고 감격해 했다.

명성황후를 연기한 배우 이태원은 "조명도 음악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명성황후의 혼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아 집중하기 더 좋았다"고 했다.

뮤지컬 관람을 마친 참가자들은 명성황후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새겨진 가로 세로 1.5m 크기의 대형 퍼즐 조각 뒷면에 기행소감과 생각을 적고 함께 퍼즐을 맞추는 것을 끝으로 이날 기행을 마쳤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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