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의 대형공사 발주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홍경태(53)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경찰은 "곧 출두하겠다"는 홍씨의 말만 믿고 있다가 연락이 끊기자 부랴부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홍씨는 이미 출국한 뒤였던 것으로 드러나 안일한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홍씨가 지난 23일 오후 6시20분 인천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청와대 행정관 재직 시절, 브로커 서모(55ㆍ구속)씨의 청탁으로 대우건설이 발주하는 공사를 S건설이 수주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서씨로부터 5억원의 채무를 탕감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또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두 건의 대형 공사를 특정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김재현 전 한국토지공사 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1일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곧 출석하겠다'고 말했다가 이튿날 '25일에 가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출두하지 않았다. 경찰은 곧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출금 조치 이틀 뒤에야 홍씨의 출국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출입국 기록의) 전산 입력이 지연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해결의 열쇠를 쥔 핵심 피의자의 신병확보 계획도 세워놓지 않은 채 섣불리 출석을 통보해 사실상 홍씨의 도피를 방치함으로써 수사 차질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경찰은 홍씨가 올 4월부터 7월 사이 두 차례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점 등으로 미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장기간 잠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통화내역 및 계좌추적 등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한편 이날 강남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정상문 전 비서관은 경찰 조사에서 "김 전 토공 사장에게 전화를 한 기억이 없다"며 "우연히 김 전 사장에게서 전화가 와 언뜻 생각 난 김에 서모씨를 만나보라고 했다"며 압력 행사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자정께 박세흠 전 대우건설 사장도 소환 조사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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