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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간첩이 농락한 군,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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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간첩이 농락한 군, 정말 걱정스럽다

입력
2008.08.2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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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의 활동이 공개됐다. 오랜만에 접하는 '프로급 남파간첩' 소식이다. 이 사건에 대해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북한의 간첩활동을 묵인ㆍ방조해 온 증거가 드러났다며 법석을 떠는 것을 우리는 경계한다. 현 정부가 사상적 공안정국을 이끌어내려 한다며 지레 정부 발표를 백안시하거나 사안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우려한다. 이번 사건은 한반도의 특성 상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확인된 우리 내부의 심각한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 놓아야 한다.

가장 큰 충격은 그의 활동무대가 군 내부였다는 데 있다. 3년 동안 50여 차례 군부대를 휘젓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안보강연을 다니면서, 장교들을 사귀고 포섭해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에 넘겼다. 일부 장교는 그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신고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보호 중인 황장엽씨의 소재지를 묻고 정치적으로 주목 받는 탈북자들의 행적을 염탐하는 데도 무신경하게 대응했다. 대한민국 국군의 흐트러진 기강과 낮은 안보의식이 놀라울 정도다.

탈북자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01년 11월 당국에 가명으로 탈북ㆍ자수 신고를 했고, 이후 경찰의 내사가 본격화할 때까지 14차례나 중국 등을 드나들며 간첩활동을 했다. 이런 기초적인 행동조차 당국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1만4,000명 탈북자 대부분이 선의의 동포들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사회는 당연히 그들을 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당국은 더욱 철저한 검증과 사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의 의지나 기대와 달리 북한은 여전히 대남 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한반도 현실에선 외교적 관계개선 노력과 군사적 안보의식 확립은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뒤늦게나마 장병들의 안보의식과 대적관(對敵觀) 등을 정밀 점검키로 한 것은 당연하다. 국가정보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연의 임무'에 보다 더 충실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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