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기부뿐만 아니라 1,000억원 모금 운동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78억원의 전 재산을 기부해 ‘개인기부 사상 최고액’의 기록을 세운 한의학 박사 류근철(82ㆍ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교수)씨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비장했다.
28일 연구실로 사용하는 서울 광화문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류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부에 매우 인색하다. 기부자에 대해 사회적 예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기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씨는 이어 “기부 문화를 정착과 과학발전을 위해 KIST의 발전기금 1,000억원을 모금할 ‘카이스트 사랑 세계화 추진위원회’를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류씨는 KAIST에 기증한 경북 영양군의 33만㎡의 임야를 과학자 양성과 기부자를 위한 예우의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국가발전에 기여한 과학자들과 KAIST 발전에 기여했거나 많은 기부금을 낸 공로자들이 사후에 묻힐 묘역을 조성해 일종의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KAIST도 그의 뜻을 수용해 1년에 한번씩 이들을 위한 공식 추도식을 거행키로 약속했다.
류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1919년 3ㆍ1 독립만세운동 진원지인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시위를 주도하다, 결국 온 가족이 일본군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세가 급속히 기울었다. 류씨는 “가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지들이 밥을 달라고 하면 자신의 끼니를 대신 내어 주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 돈은 정당하게 환원이 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류씨가 수 백억원의 재산을 어떻게 모았을 지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연구실만 살펴보더라도 금세 알 수 있다. 신발장에 놓여 있는 낡을 대로 낡은 20년이상 된 갈색구두, 수상스키 보드로 만든 책꽂이, 누군가 버린 듯한 쇠판에 나무와 쇠막대를 대어 만든 책상 등 류씨는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한번 저축하면 그 돈을 꺼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류씨는 한의원 운영과 ‘전자침술기’ ‘추간판 및 관절 교정용 운동기구’ 등 특허 낸 제품 수출 등으로 번 돈으로 건물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재산이 불어났다. 그때부터 ‘이 돈은 내 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10여년 전부터 기부를 결심해왔다고 한다.
류씨는 “지금 이 연구실도 KAIST의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기 위해 이달중으로 넘길 것”이라며 “돈에는 귀신이 붙어 있어 잘못 쓰면 노여움을 타지만 기부를 통해 올바른 길로 가면 만인에게 행복을 준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사진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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