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 국방부 대회의실. 이상희 국방부 장관, 각군 총장 등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탈북자 위장 여간첩 사건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분위기는 침통했다. 이 장관은 "여간첩 사건에 군 현역 간부가 연루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첩은 잡혔지만, 군 내부의 충격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간첩 사건의 전말을 접하면서 느끼는 군의 당혹감은,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난감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 당혹
군은 이 사건이 '여간첩 한 명에게 군이 농락당한 사건'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매우 당혹해 하고 있다. 군 장교들이 여럿 연루됐고, 일부 장교는 원정화(34)가 간첩임을 알고 난 이후에도 묵인ㆍ방조하고 활동을 도와준 대목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고 있다. 또 원정화는 국군기무사령부의 내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선 부대 안보강사 활동을 했다. 군이 원정화가 안보강연에서 사용한 북한 체제 찬양 CD를 중국의 북한 영사관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을 밝혀낸 뒤에도 안보강연은 수 개월 간 더 이뤄졌다.
이 장관은 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정화가 탈북자라는 이유로 안보강사를 오랫동안 했고, 다소 노골적인 북한 옹호 발언이 포착됐는데도 상당 기간 안보강사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군 기강 측면의 미흡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 난감
군은 장병의 안보의식과 대적관을 강화하는 특별정신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군 보안에 취약하거나 보완해야 할 요소가 있는지 정밀 진단키로 했다. 또 원정화가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군 간부와 접촉한 점을 중시,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한 미혼 간부들이 탈퇴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性)까지 도구화하는 여성 간첩 앞에서 혈기 왕성한 젊은 장교들이 무장해제 당한 것이 이번 사건의 요지라는 점에서,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혼, 사랑, 교제 등 매우 사적인 영역의 일인 데다, 개방적인 성향의 신세대 간부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군기로 다스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위안과 기대
군은 원정화가 입수한 군부대 위치, 군 장교 인적사항 등 군사정보가'기밀'이 아닌 '관리요망'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기무사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잠재력이 큰 '대어'가 별 다른 역할도 하지 못한 채 붙잡힌 셈"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번 사건이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남북 대화나 교류 활성화 등으로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바로잡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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