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 2동의 역사는 짧지 않다. 조선시대 때에는 서소문을 통해 나간 시체 중 아이들을 이 곳에 묻어 애오개라고 불렸다. 이곳은 교통의 요충지라서 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도시가 형성됐다.
이북 출신들은 마포나루를 통해, 충청ㆍ전라도 출신들은 서울역을 통해 서울로 들어와 꾸려온 짐을 들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요즘은 중국 동포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아현2동이 서울시의 뉴타운 건설계획에 따라 수년 후 사라지게 된다. 건물들만이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생활도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다.
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지난해 한해 동안 이곳에 조사원을 상주시켜 주민들의 삶을 기록했다. 도시민속조사의 첫 사례다. 그 결과가 최근 나온 <아현동 사람들 이야기> 와 <김종호ㆍ김복순 부부의 물건이야기> 란 두 권의 보고서다. 김종호ㆍ김복순> 아현동>
1권은 아현동 사람들의 생애사가 주류다. 전차를 타고 사직동으로 빨래를 하러 다녔다는 할머니로부터 아현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 통장만 20년을 한 복덕방 주인아저씨, 40년 된 목욕탕 주인아저씨 등 주변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온 생애와 의식주ㆍ종교생활 등을 담았다. 골목길 낙서나 각종 경고문 등 사소한 것들도 모두 기록했다.
2권은 아현동에서 떡볶이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김씨 부부의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기록한 '생활재 보고서'다. 일평생 택시기사로도 일했던 김씨는 남다른 수집벽이 있어 예전의 택시기사 자격증, 군대시절 비망록, 자녀들 작명 문서와 배냇저고리 등 서민들의 생활사를 조망할 수 있는 물건을 많이 갖고 있었다. 김씨는 5월 타계했다.
두 권의 보고서는 바로 우리의 부모, 조부모 세대들이 살아온 이야기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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