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교 2년생과 학부모들이 잔뜩 주목했던 2010학년도 대입전형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8일 발표한 '2010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의 골격은 대입 자율화 원년인 2009학년도 대입과 대동소이하다. 수시1학기 모집이 폐지되는 것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모두 금지하는 '대입 3불(不)'은 유지된다. 대교협은 "대입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모험'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뜻이다.
■ 3불 그대로 간다
사실 2010학년도 대입 전형은 발표 전만해도 일부 손질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대학 자율화 조치의 첫 신호탄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입관련 업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 대교협이 3불 정책으로 대변되는 입시 규제를 얼마나 뜯어 고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음은 당연했다.
그러나 대교협은 '점진적 개선'을 택했다. 대입제도를 급격하게 바꿀 경우 학교 현장은 대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입전형 사항을 총괄 지휘하게 될 이배용(이화여대 총장) 대교협 대입전형위원회 위원장은 "모두가 만족하는 입시제도 공통분모를 산출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신뢰와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입 3단계 자율화 로드맵'에 따라 2012년 이후 대입시 완전 자율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이 위원장의 말대로 2010학년도 대입 전형의 큰 틀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다. 수시 1학기 모집 폐지와 대학들이 통상 3월에 제공하는 입학전형시행계획을 전년도 11월로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는 게 눈에 띈다.
특히 대입전형시행계획 사전 발표는 고교 2년생들이 고3 수험생이 되기 전에 모든 대학의 입시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대학 선정 등 입시 전략 수립에 '도우미'가 될 전망이다.
수험생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도 확대된다. 대교협은 주입식 위주의 학교 성적 일변도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대학측에 입학사정관 전형의 도입을 적극 권장키로 했다. 대교협은 2009학년도에 10개에 불과했던 입학서정관 전형 실시 대학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2011년 이후 입시는 안개
그렇다고 3불 폐지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2011년 이후다. 대교협은 이날 "3불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대입 완전 자율화의 시기가 2012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교협이 예상보다 수위가 낮은 대입전형 계획을 들고 나온 데에는 '교육현장 혼란'과 '사교육비 증가'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이에 못지 않다. 대입전형의 방향을 최종 결정하는 대학입학전형위원회가 꾸려진 지는 한 달 정도밖에 안된다.
3불 처럼 첨예한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을 놓고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도 "정부가 대입 자율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대학들 간에도 의견 차이가 큰 것이 현실"이라며 여론 수렴 등 여건 조성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입시전문가들은 3불 중 본고사 금지는 갈수록 구속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입시부터 논술가이드라인이 폐지돼 대학별고사에 대한 정부의 행ㆍ재정적 제재 수단이 사라진 상황에서, 대학들간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본고사에 가까운 편법 행위를 솎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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