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포연이 자욱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8일 정기국회를 대비한 의원 연찬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연찬회는 각각 충남 천안과 강원 홍천에서 열렸지만 여야는 마치 국회 본회의장에 마주 앉은 듯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원격 공방을 벌였다.
10년 만에 여야가 뒤바뀌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번 정기국회가 어느 때보다 격한 전장이 될 것임을 여야 연찬회는 예고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 지난 10년에 대해 칼끝을 겨눌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반시장적, 반기업적, 좌편향 법령과 정책의 대대적 정비를 정기국회의 목표로 내걸었다. “그래야만 남은 4년간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그간 한나라당 안에선 ‘배만 뜨면 순항한다’는 말이 있었다. 어떻게든 국회 문만 열면 172석의 힘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연찬회에서 ‘이제 시동이 걸렸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기국회 입법 방침을 ‘과거회귀’로 규정했다. 소수 야당(83석)으로 의석 수가 모자란다고 여당의 역 주행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회가 안되면 거리에서도 병행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수가 달리면 몸으로라도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막겠다는 얘기다. 정기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격한 장외투쟁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민주당의 연찬회장엔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고 있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대대적 법령 정비와 정책 드라이브가 곧 민주당 기반에 대한 잠식으로 이어질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다.
이전 여야 연찬회는 공히 당내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여야 모두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 창을 다잡았다. 전장을 앞에 둔 전사들의 대규모 출정식 같은 여야의 연찬회였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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