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식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LG 등 세계적 브랜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상이리라. 요즘 또 자주 쓰이는 단어로 '국격'(國格)이 있다. 한 나라의 품격 정도로 해석되는데, 현실에서는 세계 질서에서의 위상, 국제 문제에 대한 발언권 등을 의미할 것이다. 한 나라의 회사가 만들고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 특정 문제에 대한 그 나라의 입장에 대한 이해 및 존중은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관계일 것이다.
개도국 개발원조 늘려나가야
국가브랜드 가치와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이미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7위라는 성적을 올리며 코리아라는 상표를 널리 알렸다. 이제는 스포츠처럼 양지에서 우리를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음지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국가브랜드 질의 깊이를 더하는 방법을 찾을 때다. 화려한 TV 광고가 아니라 신문 사회면의 1단 기사를 통해서 은근하게 우리를 높일 방법을 찾을 때인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을 위한 공적 개발원조(ODA)를 늘림으로써 이룰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2~13권의 경제력과 올림픽 7위를 달성한 큰 나라로서, 그에 걸맞게 세계공동체에 기여를 해야 한다.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총액 비율의 평균이 0.31%인 데 반해 한국은 0.05%로 6분의 1 수준이었다. 총 29개국 중 최하위다. 1인당 ODA 지출도 국제사회 평균인 118달러의 13분의 1인 9달러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국가브랜드 또는 국익을 위해 ODA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이다. ODA의 이념은 개도국이 발전의 길을 가도록 돕는 것이다.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에 원조를 바탕으로 경제, 정치 발전을 이룬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이 성공 경험은 다른 어떤 선진국의 기여보다 후발 개도국의 발전목표에 실질적 지침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로부터 받은 원조라는 빚을 갚는 것이다. 세계공동체에 대한 의무이자,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능력이고 자격이다.
개도국의 발전을 돕고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정신으로 ODA를 집행할 때 개도국을 포함한 세계는 신뢰와 존중을 보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가브랜드 가치의 향상이다. 단기적 이익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공여국과 수원국이 공히 혜택을 누리는 호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구의 생태, 기후, 경제 및 정치 환경에서 개도국의 안정적 발전 없이는 우리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이 요즘 세계 원조공동체에서 자주 거론되는 '계몽된 국익(enlightened national interest)' 개념에 기반한 개발원조이다.
단기적 이익만 챙기는 건 잘못
ODA에도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실용이란 오늘, 내일 또는 이삼년 뒤의 이익이 아니라 적어도 한두 세대, 아니 반세기 후의 편익을 위한 실용이어야 한다. 10년 뒤의 한국 제품 시장, 에너지 및 자원 공급원 확보가 아니라, 40년 뒤에 독도 분쟁과 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우리 주장에 귀 기울이고, 존중해 주고자 하는 친구를 사귀기 위한 실용이다.
에너지와 자원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무역에 생존을 건 한국의 경우, 신뢰에 기반한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 설정이 미래의 성장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개발협력은 미래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요소이다. 개도국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인류 보편의 평화를 지향하는 원칙에 입각해 수행되는 ODA야말로 한국의 장기적 지속 발전의 필수조건이다.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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