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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바르게 '학문하기' 또는 '사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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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바르게 '학문하기' 또는 '사고하기'

입력
2008.08.2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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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올림픽에서 일본도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젖히고 세계 7위를 하다니, 너무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러나, 멀리 아슴아슴 가을이 다가오고, 개학 철이 되었으니, 바르게 '공부하기' 또는 '사고하기'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모든 분야가 올림픽 등위만큼 올라가려면 사고와 학문의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 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은 우리 대학의 인문ㆍ사회과학 강의나 논문들을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이야기로 이어져야 할 국문학 시간에도 2,3분에 한 번씩 서구 학자들의 이름들을 열거하고, 저명한 교수라는 분들의 논문이나 연구서들일수록 '꼬부랑 각주(脚註)'를 달면서 누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전부이니 말입니다.

물론 남의 이야기를 외면하자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근대적 학문을 받아들인 건 1930년대부터이고, 그래서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배워야지, 그 자체에 목적을 두면 평생 배워도 다 못 배우고, 마침내 나를 잃고 단점만 받아들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나의 논리를 배우는 동안에 또 다른 논리가 나오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때는 그랬었습니다. 그런 제가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은 두 분의 선학(先學) 덕분입니다. 한 분은 고인이 된, 전 중앙대학 교수이자 국제 생태학계(生態學界)에서 '임양재(任良宰) 법칙'을 몇 갠가를 인정 받은 제 외삼촌입니다. 다른 한 분은 살아 계신 분이라서 실명을 덮어두고 서울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강의하던 분이라는 것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외삼촌께서 환갑 때 제주도로 여행을 오셨을 땝니다. 고등학교와 대학 입학금 일부를 대주신 것을 함께 보답하려고 공항에서 서귀포 호텔까지 모시고 갔지요. 택시 속에서 요즘엔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그때 읽고 있던 원서 이야기를 했지요. 서귀포 입구쯤에서던가 "너는 사십이 넘어서도 외국 학자 전도사 노릇만 할 작정이냐"고 핀잔을 주시더군요. 속으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방식이 다르다고 변명했지만, 제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고전문학 하는 분과 만난 것은 우리 대학에서 세미나가 열렸을 땝니다. 자기 논리를 설명하다가 퇴계(退溪)를 예로 들더군요. 그러자 퇴계를 전공한 옆자리 교수가 질의 형식을 빌려 퇴계에 대한 해석이 너무 주관적이라고 비판하더군요.

순간, 정면 공격이라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최근 몇 년 동안 동남아 각국을 비롯해 사라진 만주(滿洲)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러면서, 머뭇머뭇 그들의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논리를 밑받침해 줄 자료를 찾기 위해서라고 내비치는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제 우리도 배울 건 어느 정도 배운 상태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배울 게 너무 많지요. 하지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너와 나를 비교하고, 두 장점을 합쳐 내 이야기를 할 때라고 봅니다. 대상 중심의 서구 것에 인간 중심인 우리 것을 결합하면 우리가 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입니다. 이 문제는 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기에 말씀 드리니, 이 가을 생각하는 방법을 바꿔 모두 세계적인 석학이 됩시다.

尹石山 시인ㆍ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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