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난치병이 아니라 이제 만성병이다.' 만성병이 된 암을 극복하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은 바로 표적치료제(항체의약품)다. 1990년대 초에 처음 출시된 표적치료제는 암의 새로운 혈관 형성을 차단함으로써 암을 굶겨 죽이는 원리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기존 암 치료는 암세포와 정상세포 모두를 파괴해 부작용이 컸지만 암 발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분자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는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표적치료제로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로슈)ㆍ타이커브(GSK), 전이성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머크)ㆍ아바스틴(제넨텍),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노바티스)ㆍ스프라이셀(BMS제약), 폐암 치료제 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ㆍ타세바(로슈), 신장암 치료제 수텐(화이자) 등이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와이어스)ㆍ레미케이드(쉐링프라우)ㆍ휴미라(애보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치료제 시나지스(애보트) 등도 표적치료제다.
■ 특정 질병 항원만 표적 공격
사람은 100만개 정도의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는데 어떤 단백질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병이 생긴다. 이 때 암과 관절염 등 특정 질병의 항원에만 작용하는 치료용 단백질(표적치료제)을 투여하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세포가 무한 증식해 정상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는 암과 바이러스, 세포 등이 몸에 침투했을 때 정상적으로 방어 역할을 해야 할 면역계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류마티스관절염 등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경우도 우리 몸 속의 특정 물질(단백질)이 너무 많이 생기면서 발생하고 진행하는데 표적치료제는 이런 물질이나 암세포에만 결합해 활동을 저지하거나 죽이게 된다.
가장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의 생성과 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신호전달 억제제(signal transduction inhibitor)'와 암세포가 일정한 크기 이상 성장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혈관 형성을 차단하는 '신생혈관형성 억제제(angiogenesis inhibitor)', 암세포의 예정된 세포사멸을 유도해 세포증식을 차단하는 새로운 '세포사멸 유도제(apoptosis inhibotor)' 등이다.
최근에는 더 많은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새로운 '다중표적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로는 만성 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노바티스)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로슈), 폐암 치료제 타세바(로슈) 등이 있고, 신생혈관 형성을 차단하는 표적항암제로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제넨텍), 위암ㆍ신장암 치료제 수텐(화이자) 등이다.
다중표적 치료제로는 갑상선수질암과 비소세포성 폐암의 3상 임상이 진행 중인 작티마(아스트라제네카)와 간암치료제 넥사바(바이엘헬스케어) 등이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종양괴사인자(TNF)라는 염증 유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관절을 공격하는데 치료제인 휴미라는 TNF만 표적을 삼아 이를 죽인다. 한국애보트 메디컬부 이유진 부장은 "표적치료제는 인체 내의 단백질과 유사한 구조여서 합성약에서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이 적고, 한번 주사로 효과가 길게는 2개월까지 간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표적치료제가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1회 치료비가 수십 만원에서 3,000만원 이상인 것도 있어 국내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 황금알 낳는 표적치료제 시장
표적치료제는 2006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개 정도만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임상시험 중인 표적치료제만 150여종(2006년 3월 기준)에 달할 정도다.
최근 5년간 FDA가 허가한 신약의 50%가 표적치료제다. 매년 40~50%씩 성장한다면 시장규모가 2010년 50조원, 2020년에는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허셉틴 등의 항암 표적치료제 시장이 2007년 기준으로 전년도보다 48% 성장한 157억달러였다.
엔브렐(와이어스)과 레미케이드(쉐링프라우), 휴미라(애보트) 등 류마티스관절염 표적치료제 시장도 2006년에 23% 성장해 130억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세계 제약산업은 표적치료제에 주목하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이 치료제의 제네릭 약(개량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시판 중인 표적치료제의 대부분이 2010년쯤에 특허 만료되기 때문이다.
표적치료제를 만드는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바이오기업 제넨텍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표적치료제 생산설비를 갖췄다. 첨단 기술 및 FDA 인증 설비라는 강력한 진입장벽을 바탕으로 표적치료제의 개량 신약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녔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한 기업은 전세계에서 셀트리온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 셀트리온은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유방암 치료제 등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7종의 블록버스터 제네릭 약 개발과 전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이수앱지스는 지난해부터 바이오 제네렉 제품을 인도 등 30개국에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생명과학과 동아제약, 한미약품, 녹십자 등 국내 대형 제약사도 연구개발(R&D)을 통해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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