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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승의 중고생 영어학습] 문법, 영어 '감' 잡은 후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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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승의 중고생 영어학습] 문법, 영어 '감' 잡은 후에 하라

입력
2008.08.2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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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문법이 너무 어렵고 싫어서 영어를 포기했어요."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영문법이 어렵고 재미없어 영어를 포기했다는 사람이 무려 30%가 넘는다. 바로 여기에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큰 문제점이 있다.

한국적 영문법 교육이나 학습방법이 영어를 10년 공부하고도 말 한마디 못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사회적으로 영어교육의 비효율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런 비효율성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의 중심에는 한국적 영문법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규칙을 암기했다가 시험 보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식의 한국적 영문법 학습은 21세기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금의 문법 교육은 무엇이 문제이고, 영문법은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1. 중급 수준이 될 때까지는 영문법을 공부하지 말라

이는 영어교육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드앨리스(Rod Ellis)가 단골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특히 어린 학습자들에게 영문법을 규칙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은 학자 대부분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영문법에는 수많은 규칙이 있다. 영어라는 언어 자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그 언어의 복잡한 규칙부터 이해하고 암기하게 한다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이런 방식으로 문법을 공부하게 되면 영어가 싫어지고 영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영문법을 공부하기 전에 우선 영어자료를 많이 듣고 읽게 하라. 그러면 영어 단어나 문장의 구조 등에 대해 감이 잡힌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문법 규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영어에 대한 감을 잡은 후 영문법을 공부하면 단순 암기에 의존하지 않고, 원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때는 거의 다 아는 내용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문법 기본서를 2~3회 읽으면 된다. 이렇게 영문법을 공부하면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또한 그 복잡한 영문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에 차라리 학습자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영어 동화책 같은 것을 더 많이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문법을 몰라도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모든 언어에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주어, 동사, 목적어, 형용사, 부사 등은 모든 언어에 다 공통으로 존재한다. 단지 배열순서나 쓰임 등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초등 저학년부터 영문법을 가르치는 우리나라 학부모와 교강사들 중에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급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학습자에게 영문법을 전혀 가르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영문법을 배우되 폭넓은 읽기와 듣기를 통해, 혹은 통 문장 단위 사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익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규칙암기 중심에서 '노출 먼저, 그다음 규칙 이해' 방식으로 바꾸라

우리나라의 많은 영문법 책이 설명을 먼저 보여주고, 이어서 예문들을 제시한다. 다음 예를 보자.

To 부정사의 주어가 문장의 주어나 일반인이 아닐 경우에는 'for+목적격+to 부정사' 형태로 to 부정사의 의미상 주어를 밝혀준다.

It's necessary for kids to drink milk.

There's not enough pizza for everyone to share.

What should I do? It's too hard for me to decide.

여기서 "To 부정사의 주어가 문장의 주어나 일반인이 아닐 경우에는 'for+목적격+to 부정사' 형태로 to 부정사의 의미상 주어를 밝혀준다."라는 설명이 이해가 되는가? 이런 식으로 규칙을 암기하며 영문법을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순서를 거꾸로 바꿔보라. 먼저 영어 예문의 구조부터 눈으로 익히고 해석해보라.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면 되었지, 그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영문법 규칙을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영문법 규칙에 대한 복잡한 설명은 문법학자나 문법책 저자들에게나 필요하다.

문장 내의 단어만 알면 대충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데도 괜히 어려운 영문법 설명을 먼저 꺼내서 학습자의 기를 죽일 필요는 없다. 앞으로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도 어려운 문법을 설명하는 시간에 차라리 학생들이 실용적인 예문 몇 개라도 더 읽고 해석해보게 하자. 그러면 우리나라 영문법 교육의 효율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www.leechanseung.pe.kr

능률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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