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큰일을 했다. ‘을지연습’을 한국군이 첫 주도한 것도 큰일이겠지만, 한국인의 독서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 한국 독자들이 워낙 무슨 선정도서를 좋아하는데다, ‘불온서적’은 ‘구시대의 유물’인 줄 알았는데 국방부가 친히 선정한 불온서적이라니 호기심이 안 당길 수가 없다.
불티나게야 안 팔리겠지만, 불황에 시달리던 도서판매계에서는 기쁜 비명을 지를 정도로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요즘 그 불온서적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뿌듯한 독서다. 국방부 수준이 이토록 높았나, 이렇게 어려운 책까지 선정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골치 아픈 책마저도 공부가 팍팍 된다. 진실로 국방부에게 감사하다. ‘좋은 책을 읽어라!’는 단순명료한 말이 있다.
각종 기관과 단체와 모임 등이 선정한 도서들은 한꺼번에 백여 종씩 꼽는 경우가 많아서 이게 왜 좋은 책이라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책도 섞여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국방부 선정 불온서적 이십여 종은 알짜배기인 것 같다. 어련하겠는가. 국방부가 얼마나 훌륭한 기관인가? 그곳에서 특별히 이십여 종만 선정한 것이니 믿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독서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은 전쟁연습 못지않은 국가적인 쾌거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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