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돌연 중장비를 동원해 본관청사를 부수기 시작하자 문화재청이 뒤늦게 이를 막느라 소동을 빚었다. 그 사이 '문화재'는 크게 망가졌다. 역사와 문화에 배려 없이 새 집만 짓겠다고 덤빈 발상이 놀랍다. 사적(史蹟)으로 가지정하는 것만으로도 철거와 파괴를 막을 수 있었는데 이를 방치하다 참담한 꼴로 만들어 버린 문화재청도 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
일제시대(1926년)에 건축된 서울시 본관청사는 1995년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옛 중앙청)과 달리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 2003년 서울시등록문화재 52호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기 집이라고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없도록' 한 것이 문화재 등록의 본질이다. 당연히 문화재청과 협의하고, 그 불가피성과 사후 보존조치 등을 설득했어야 한다. 문화재청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중장비부터 들이대는 행태야말로 철거돼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서울시는 철거 후 복원하겠다지만 그것이 의미가 있느냐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논란을 예방하고 문화재의 가치를 판단하는 곳이 문화재청 아닌가. 굳이 따진다면 서울시 본관청사를 어찌 할 것인가에 대한 우선적 판단은 문화재청에 있다고 본다. 문화재청의 보존 권고와 서울시의 철거ㆍ복원 방침이 충돌했다면 문화재청의 입장이 존중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철거강행 결심을 확인하고서야 부랴부랴 위원회를 소집해 후닥닥 사적으로 가지정한 문화재청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 청사를 새로 짓기로 이미 결정됐고, 그러면 문화재인 본관청사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중장비가 나타나기 전까지 의무를 게을리 했다. 그러니 일반 공사현장에서도 일단 일을 저질러야 문화재청이 움직인다는 말을 듣지 않는가.
서울시가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문화재청은 정식으로 사적으로 지정하여 꼼짝 못하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이런 꼴로 유지ㆍ보존되어야 하는가.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루어 내라.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