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개시 석 달 만에 가까스로 원 구성을 마친 18대 국회가 첫 정기국회부터 이념싸움에 휩싸일 모양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제그제 연일 "이번 정기국회는 지난 10년 동안 진보 좌파정권에 의해 이뤄진 좌편향 정책을 바로잡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며 강경보수 입법 공세를 예고했다. 1월 중순부터 태스크 포스를 꾸려 10년 동안 만든 1,470개 법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민주당 등 야권은 예상대로 반발하고 있다. 당장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아연실색할 일"이라며 "단호히 막아내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우울하고 걱정되는 서막이다. 18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이념쟁투로 지샌다면 기대할 게 없다. 새로 집권한 보수 정부가 노선과 정체성에 입각한 정책을 펴기 위해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과거 정권의 개혁법안들을 싸잡아 좌편향으로 몰아붙여 바로잡겠다는 것은 독선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그 개혁법안들 가운데는 여야의 합의나 다수 국민들의 지지 속에 만들어진 법안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거대 여당이 의석 수만 믿고 개혁법안을 되돌리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한나라당이 주요 정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전 정부들의 '좌편향 법안'은 개정 사립학교법 등 입법과정에서 이념 논란이 많았던 법안과 언론관련 법안 및 '반시장ㆍ반기업적 법안'들이다. 이 중에는 정책환경이 달라졌으므로 손질해야 할 법안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정의 실현과 부동산 투기 근절 등 나름대로 타당한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법안들도 많다. 무턱대고 뒤집으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이번 국회가 경제국회, 민생국회가 되도록 하기로 당내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이념싸움장이 된다면 그런 다짐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 등을 둘러싸고 신공안 탄압 논란이 일고 있는데, 국회까지 소모적 이념싸움판을 벌인다면 역사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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