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2집 앨범 <섬데이> 를 내고 돌아온 윤하(21)는 건반을 단단하게 두드리며 깨끗한 목청으로 도쿄 비너스포트의 청중을 매혹했던 2004년의 '열일곱 소녀'가 아니었다. 섬데이>
'오리콘의 혜성'으로 일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고 피아노 록이라는 장르로 2007년 우리 대중을 휘어 잡았던 윤하의 보컬은 어느새 성장과 고민을 거쳐 정제된 무게를 얻은 듯 보였다.
손편지의 추억, 비 내리는 날 바의 정서를 닮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는 윤하. 2집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일곱번 째 곡 '빗소리'를 녹음하며 울었어요. 사랑한다, 그러니 받아줘 라는 식의 '스트레이트'한 화법으로 노래하던 제가 비에 젖은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갑자기 슬펐어요.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셔야 하는데 손을 까딱할 수 없는 기분이랄까."
어느 곡이 제일 마음에 드냐는 윤하의 질문에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고 답하자 마치 숨겨놓은 트릭이 해제된 듯 2집 앨범에 담긴 '아날로그'의 장치들에 대해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이 언제부터인가 좋아졌어요. 어떤 분은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라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빗소리를 테마로 정한 곡의 가사를 보고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음향 작업하는 분을 찾아가 하이힐 소리가 들어간 인터루드 성격인 '레인 앤 더 바'를 앨범에 집어넣자고 했죠. 그리고 '빗소리' 다음 곡으로 '레인보우'를 가져다 놓으니까 비를 주제로 한 연작이 딱 됐어요."
사실 '빗소리'는 2집의 타이틀곡이 아니다. 앨범의 얼굴은 그의 히트곡 '비밀번호 486'과 꼭 닮은 다섯번째 곡 '텔레파시'이다. 그밖에 '빗소리'와 같은 재즈, 미디엄 템포,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담겼다. 마치 이름난 식당의 주요 음식을 조금씩 담아 놓은 샘플링 메뉴를 보듯, 침이 고인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윤하의 이미지를 완전히 걷고 가는 건 실례가 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경쾌하고 사운드가 업그레이드 된 피아노 록 곡을 타이틀로 올렸어요."
윤하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피처링 '러브콜'을 받은 여가수로 꼽힌다. 지난해 토이의 6집, 올해 들어선 김범수 6집과 에픽하이 5집 등에 그의 목소리가 주요곡을 장식했다.
"제 목소리로 그 음반을 돋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기쁘게 참여했어요. 전 사실 노래를 잘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목소리가 장점일 뿐이죠."
일본 연예계를 먼저 경험한 윤하에게 가장 부럽게 느꼈던 그곳의 음악 환경을 물었다. 싱글을 포함해 11장의 음반을 일본 대중에 선보인 그는 '아날로그'적인 풍토가 그립다고 말한다.
"곳곳의 거대한 음반 매장들이 다양한 대중의 입맛을 맞춰주는 일본의 음악시장을 보며 그렇지 못한 우리가 안타깝게 느껴졌죠. 음반을 손으로 만지고 뭔가 추억을 살 수 있는 공간이 가장 탐났죠."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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