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로 위장 자수한 뒤 육군 장교 등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빼돌리는 등 7년여 동안 국내에서 암약해온 여간첩이 검거됐다.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이 검거되기는 처음이며, 여간첩 사건은 1992년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당시 거물 여간첩 이선실이 적발된 이후 16년 만이다.
수원지검과 경기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27일 탈북 위장 간첩 원정화(34ㆍ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합수부는 또 역시 탈북자로 가장해 국내로 잠입한 뒤 원정화에게 공작을 지시하는 등 간첩활동을 해 온 김모(63)씨와 원정화에게 군사기밀 등을 넘겨준 육군 모 부대 황모(27) 대위도 구속했다. 원정화의 계부로 알려진 김씨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와 사돈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정화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1998년 중국에 파견돼 남한 사업가 7명과 탈북자 등 100여명의 납치 및 북송 활동을 해오다 2001년 10월 재중동포를 가장해 공장 근로자인 남한 남성과 결혼한 뒤 국내로 들어왔다. 원정화가 납치했다고 진술한 한국인 사업가 중 윤모씨는 실제 중국에서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원정화는 우리 대북 정보요원의 유인 및 살해, 군사기밀 탐지, 황장엽씨 등 탈북자 소재 파악 등의 지령을 받고 남파됐다”고 말했다.
원정화는 입국 직후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 자수한 뒤 군 부대에서 반공강연을 하는 안보강사로 활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알게 된 황 대위 등 육군 정훈장교 3~4명에게 접근해 군 부대 위치 및 주요 지휘관 인적사항 등 군사기밀을 빼내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군부대 장교들로부터 받은 명함 100여장을 중국에서 활동 중인 윗선에게 넘겼으며, 실제 일부 장교들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정화와 동거까지 하며 포섭된 황 대위는 군 안보강사로 활동 중인 탈북자들 명단을 제공하는 등 간첩활동을 적극 도와준 혐의를 받고있다. 원정화는 그러나 대북 정보요원 살해 지령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정화는 대북 무역사업을 이유로 중국을 14차례나 방문, 중국내 북한 보위부에 활동상황을 보고해왔으며 상부 지시로 탈북자 위치 파악을 위해 일본을 3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간첩 김씨는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과 수시로 접촉하며 원정화에게 공작금을 제공하고 간첩 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99년 중국으로 위장 탈북해 현지에서 간첩활동을 하다 2006년말 캄보디아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수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지난 10년 간의 남북화해 무드 속에서 탈북을 가장한 간첩의 존재가 의심됐으나 실제 확인되기는 처음”이라며 “탈북자라는 합법적 신분을 얻으면서 손쉽게 군부대 접근 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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