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검증이 영변 핵 시설 시료 채취라는 거대한 암초에 막혔다.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의 열쇠인 검증을 둘러싸고 미국은 영변 시료 채취를 필수조건으로 내세운 반면, 북한은 핵 시설 신고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견은 결국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중단 조치를 초래했다. 미국으로서는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북한의 핵 활동 이력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어 꼭 필요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북한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를 중단한 것은 미국을 압박하려는 협상 카드인 만큼 이 부분도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과, 시료 채취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적당한 선에서 절충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7일 “북미 대화가 뉴욕에서 비공식적으로 가동되고 있고, 중국도 대북특사를 보내 설득하는 중”이라며 “여러 채널이 열려 있어 해법을 도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미 모두 대결보다는 정치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료 채취 범위를 놓고 절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만큼은 불확실한 차기정부보다 조지 W 부시 정부를 통해 얻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지원을 대가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북한은 핵 신고와 테러지원국 해제, 핵 검증과 경제지원을 각각 한 묶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을 통해 차관을 제공하면 핵 검증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실장은 다만 “북한은 가급적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검증에 응하려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검증 대상에 핵무기와 고농축우라늄(HEU)을 제외하고 낮은 수준에서 핵 불능화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밀리면 의회를 설득할 수 없다”면서 “플루토늄은 모두 영변 핵 시설에 있는데 검증에서 이 부분을 제외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시료는 출처가 중요하지 양은 상관없다”며 “미국으로서는 영변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객관적 절차를 통한 시료 채취는 검증에 꼭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직접 시료를 제공하는 방안도 있지만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