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방만했던 복지정책을 구조조정 해야 한다."(기획재정부)
"복지를 효율성 잣대로 보면 안 된다. 복지는 더 늘려야 한다."(보건복지가족부)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 '성장' 논리와 '복지' 논리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최소한 더 이상 사업을 확대할 수는 없다'는 재정부의 '구조조정론'과 복지부의 '확대론'이 맞서고 있다. 내년 복지 예산은 향후 이명박 정부 복지정책의 시금석인 동시에 실세 관료(강만수 재정부 장관)와 실세 정치인(전재희 복지부 장관)간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보육료 지원 확대. 전 장관이 강 장관과 여야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가장 적극적으로 예산 확대를 호소하는 분야다. 현재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낼 경우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계층)까지만 보육료가 전액 지원된다. 복지부는 그러나 내년 7월부터 국민 60%에게 이를 지원하고, 2012년까지 전 국민이 돈 한푼 내지 않고 취학 전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 장관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복지를 성장과 배치되는 낭비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 보육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6,600억원 늘어난 2조800억원을 재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재정부는 "주던 것을 깍진 않겠지만, 더 이상 확대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정부는 나아가 복지부가 예산 증액을 요구한 복지분야 일자리 창출사업은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간병, 산후조리 등 복지분야에 대해서는 저소득층에게 바우처(서비스 이용권)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이 분야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무상 지급되고, 차상위 계층은 서비스 가격의 7.5%, 근로자 평균소득 이하 계층은 15%를 본인이 부담한다.
복지부는 "여성의 경제참여가 늘면서 노인ㆍ아동을 돌보는 기능은 서민중산층에게도 시급한 문제"라며 예산을 5,000억원으로 600억원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정부 관계자는 "바우처 지급대상이 국민의 절반에 달해 소요예산이 걷잡을 수 없다"며 "대상자를 줄이고, 본인 부담도 높이는 쪽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지자체의 경우 산후 도우미 이용이 급증, 예산부족으로 바우처 지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실세 정치인 출신인 전 장관에 기대하는 눈치다. 결국 예산을 총괄하는 강 장관과의 힘겨루기에서 얼마나 선전(善戰)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성장과 복지 관계를 어떻게 할지, 복지부문의 속도조절을 할지 말지에 대해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예산 편성이 부처간 힘겨루기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