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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키운 환율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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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키운 환율폭탄

입력
2008.08.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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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환율 정책이 갈짓(之)자 걸음을 걷고 있다. 시장과 맞서 전투적으로 환율 끌어 올리기와 내리기를 번갈아 하더니, 이젠 아예 전쟁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외환시장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불과 6개월새 고강도 상승유도정책→고강도 하락유도정책→방관정책으로 오락가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일관성을 잃은 환율정책으로 인해 그 피해는 외환시장 참여자들을 넘어 일반국민과 중소기업에까지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넘게 급등, 1,089.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나흘간 40원에 달하는 폭등장세로, 1,100원 돌파도 초읽기 상태다. 8월 들어 원화가치의 하락폭(환율상승폭)은 전세계 통화 가운데 영국파운드화, 호주달러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은 그러나 환율급등을 그냥 지켜보고 있다. 부분적 시장개입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적극적 방어의지는 전혀 읽을 수 없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는 "시장에 본 떼를 보이겠다"던 최근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부출범 초 '환율주권론'까지 외치며 원ㆍ달러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다가, 지난 달부터는 태도를 180도 바꿔 환율을 찍어 누르더니, 불과 한달여만에 이젠 손을 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은 핵심 거시 정책수단 중의 하나다. 냉ㆍ온탕을 오간 환율정책은 거시정책 기조자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장(환율상승유도)에서 물가(환율하락유도)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더니, 다시 성장 쪽으로 슬금슬금 옮겨가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금리인상과 유가하락으로 물가에 조금 여유가 생기자 정부가 환율 상승을 내심 반기는 것 같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국가경제운용의 가장 큰 틀인 거시정책기조가 6개월 새 이처럼 갈짓자 행보를 보인 예는 일찍이 없었다. "경상적자를 감안하면 환율이 어디로 가야 할 지 자명하다"(환율 급등기)→ "외환보유액을 털어서라도 환율상승을 막겠다"(환율 급락기)→"시장의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환율 재급등기) 등 정책기조를 바꿀 때마다 외환당국의 말 바꾸기도 도를 넘는다.

잦은 정책 기조변화는 값비싼 비용을 낳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100억달러 이상 축났고, 중소기업들의 환차손(키코사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수출입업체들은 환율방향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이고, 기러기 아빠들은 송금시기를 저울질하느라 마음을 졸이고 있다.

몇 달새 경제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정부만 조급증을 견디지 못해, 좌충우돌하고 있다. 근시안적 환율정책으로 시장과 경제만 멍들고 있다. 이장혁 고려대 교수는 "거시 정책이 긴 안목을 갖지 않고 단기적으로 냉ㆍ온탕을 오가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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