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이지하(38)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지만 주연으로 무대에 선 것은 데뷔작 <바보각시> (1993)와 <종로고양이> (1997) 정도로 많지 않다. 종로고양이> 바보각시>
주로 에너지 넘치는 조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그가 오랜만에 타이틀롤을 맡았다. 9월 4~1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억울한 여자> 에서 갈등의 중심이 되는 가사하라 유코로 무대에 선다. 억울한>
일본 극작가 쓰시다 히데오의 원작으로 국내 초연되는 이 작품은 집단에 안주하려는 일본인의 특성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는 곧 소통의 부재라는 현대인의 보편적 성향과도 맞물린다.
"조연을 맡아도 주연 못지않게 캐릭터가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작품에서 소외돼 있다는 느낌은 받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 배역이 제목에 걸리고 보니 '이래서 그 동안 내가 마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구나'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내 몫만 열심히 하면 되는 조연과 달리 주연의 부담감은 예상보다 크더군요."
"늘 목숨 걸고 몸을 집어 던지는 역"을 해 왔던 그에게 일상을 그린 이번 작품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다.
"순발력은 없고 깡과 오기만 있다 보니 지난해 맡았던 <오레스테스> 의 엘렉트라처럼 '센'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과도한 에너지를 연기의 자양분으로 여기기도 했고요. 지금은 다양한 역할에 관심이 가요. 오히려 에너지를 풀어내는 힘으로 연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오레스테스>
수줍음 많던 중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연극 한 편에 마음을 빼앗겨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연극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지금도 여전히 연극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고민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렵게 그 무언가를 찾아내고 또 그렇게 표현한 것을 관객이 공감해 줄 때 무언의 감동을 느낀다"면서 '연극 예찬론'을 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연극영화과 입학 지원서를 내밀었을 땐 담임선생님이 까무라치셨어요. '너처럼 부끄럼 많은 아이가 무슨 연기냐'면서요. 한 때 공연계를 떠나 4년간 사무직에 종사한 적도 있지만 역시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는 "나이가 들어 가며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데다 대학로로 쏟아져 나온 대중 스타들과 경쟁해야 하기에 어려움도 많다"면서도 삶과 같이 가는 배우의 인생을 사랑한다고 했다. 아무리 캐릭터를 분석해 새롭게 표현한다 해도 무대에 그려지는 인물은 항상 '이지하'라는 필터를 거치기 때문이다.
"관극 체험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듯 좀 더 많은 관객이 연극을 관람하고 삶의 양분을 얻는 기쁨을 가져 가셨으면 해요. 관계의 어긋남을 경험해 본 분이라면 '억울한 여자'의 사정에도 충분히 공감하실 겁니다." 공연 문의 (02)762-0010
김소연 기자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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