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턱밑까지 급등하면서 수출입 교역량이 많은 국내 산업계에 큰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환율 상승은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수출업종에 수익성 개선을 가져오는 반면 정유, 석유화학, 항공업종은 재료값 상승에 따른 비용상승을 안겨준다.
하지만 최근처럼 환율 고공행진이 달러화 ‘홀로’ 강세와 글로벌 경기 악화 등과 맞물려 진행될 경우에는 수입업종은 물론 수출업종에게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원화환율이 보름만에 무려 100원 가까이 폭등함에 따라 원자재 수입이 많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역시 항공업계. 항공업계는 전체 비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유가가 최근 하향 안정세로 돌아 한숨을 돌렸지만, 환율 폭등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이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초 전망치(달러당 920원ㆍ910원)를 160~170원 가량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75억원 정도 이자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이들은 일단 기존 에너지 절약 방안을 시행하는 동시에, 해외사업장을 통한 달러화 매출 확대에 노력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근심거리다.
통화옵션상품인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도 환율급등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KIKO는 은행권이 환 헤지 상품으로 중소기업들에 지난해 대거 판매했는데, 환율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의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남에 따라 이들 업체들의 피해가 특히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태산엘시디는 KIKO로 8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정유업계와 가스업계도 원화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업종이다. 원료 도입 단가 상승으로 경영압박이 불가피한 것이다. 통상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200억원 정도의 환차손을 입게 되는 SK에너지는 25일과 26일 이틀간 무려 538억원의 환차손을 입었을 정도다.
반면 수출에 치중하는 전자와 자동차업종은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환율상승이 경쟁력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만큼,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이날 증권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가 3.5%, 1.8% 하락해 업계의 분석을 뒷받침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세계적인 경기부진과 달러화만의 강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고 분석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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