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부터 MBC에서 방송을 시작할 16부작 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 (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 55분)는 국내 최초의 본격 클래식 음악드라마다. 배우들이 실제로 레슨을 받아 악기를 연주하는 연기를 하고 지휘봉을 잡는 등 극의 대부분을 음악적 요소로 채운 작품이다. 베토벤>
<하얀거탑> 의 김명민, <태왕사신기> 의 이지아가 투톱으로 나서고 <다모> 를 만든 이재규 감독이 연출, '홍자매' (홍진아, 홍자람)가 극본, 서울내셔널심포니 서희태 수석지휘자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다모> 태왕사신기> 하얀거탑>
일본 후지TV의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ㆍのだめカンタビレ> 로 이미 고품격 음악드라마의 기준선을 만들어버린 우리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라인업' 이다. 김명민 등 주연배우들의 연주 트레이닝을 맡고 70여 개에 이르는 삽입 클래식 곡의 선곡과 녹음을 지휘한 서희태 감독과 <베토벤 바이러스> 의 제작과정,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베토벤> 노다메>
■ 배우들 지독한 연습
드라마의 기획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캐스팅이 마무리 된 것은 5개월 전. 겨우 5개월 동안 주연배우들이 최소한 운지를 틀리지 않는 수준으로 연주연기를 하도록 만드는 게 서 감독의 지상과제였다.
"짧은 시간에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죠. 관악기는 어떻게 흉내를 내는 수준으로 연기가 될지 모르지만, 현악기는 완전히 얘기가 달라요. 손가락을 짚고 보잉하는 모습이 전문 연주자의 그것을 따라가지 않으면 금세 시청자들이 알아채니까요. 완성도를 위해 그동안 주로 TV에 등장하던 초보용 악기는 완전히 배제했죠."
양손을 모두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지휘자 강마에 역의 김명민이 가장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얀거탑> 에서 웬만한 외과의사의 손놀림을 따라갈 정도로 엄청난 연습량을 보였던 김명민은 이번에도 기대를 이번에도 뛰어넘었다. 하얀거탑>
서 감독은 "지휘자용 스코아 악보를 보는 것조차 힘들었을 텐데, 명민씨가 무려 15곡의 악보를 전부 외웠어요.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장면을 찍는 씬이 있었는데 명민씨가 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전부 감탄했죠. 5개월 동안 명민씨와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강마에와 정말 딱 맞는 배우에요"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역의 이지아는 실제로 연주가 가능한 정도의 실력에 도달했다. 제작진은 어렸을 때 악기를 접한 경험이 있는 이지아가 매일 2시간 이상의 레슨과 차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 연습 덕에 금세 실력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서 감독은 "이지아는 공연장면을 찍으면서 부분대역마저 쓰지 않을 정도로 연주를 잘해냈죠"라며 칭찬했다. 관악기 주자를 맡은 장근석과 박철민은 연주자들에게 '환상의 주름'이라 불리는 입 주름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는 후문.
■ 음반 만들 듯 녹음 또 녹음
<베토벤 바이러스> 는 선곡되는 클래식 음악의 질적 수준이 배우들의 연기만큼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그만큼 복잡한 제작과정이 요구된다. 베토벤>
연기자들이 아무리 연습을 하고 연주를 해도 프로 연주자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연주한 음원을 녹음해 마스터링을 거쳐 영상에 집어넣어야 한다. 배우의 손동작과 음원을 칼같이 맞추는 '공정'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향이 40분짜리 교향곡을 녹음하려면 실제 스튜디오 작업은 16시간이 필요해요. 음반을 만들 듯 전 과정을 거치느라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뎌야 했죠. 비록 다른 회 장면도 부분적으로 찍었지만 두 달 동안 1,2부를 끝낸데 그쳤어요.
3개나 되는 드라마 속 오케스트라 단을 채우기 위해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노다메 칸타빌레> 처럼 젊은 연주자들의 팀을 만든다면 보다 쉬웠을 텐데 40대 이상 주자들을 찾다 보니, 말도 못해요." 노다메>
<베토벤 바이러스> 에는 물론 가요를 비롯한 드라마 음악이 흐르지만 시청자의 귀는 대부분 클래식으로 채워진다. 베토벤>
"베토벤 곡으로만 채울 수 없죠. 색이 너무 좁잖아요. 영화 <미션> 의 주제곡, 피가로의 결혼, 윌리엄 텔 서곡, 모차르트의 곡 등 익숙한 곡들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메인곡은 베토벤 합창교향곡 4악장이고요. 처음으로 사람의 소리가 들어간 클래식. 의미가 있잖아요." 미션>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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