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의회(상원)와 국가두마(하원)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등 그루지야 내 친러 자치공화국을 독립국가로 인정키로 했다. 그루지야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의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중에 나온 러시아의 결정으로 양측의 대립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연방의회와 국가두마는 이날 각각 특별회의를 소집,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 인정 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5일 밝혔다. 이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두 공화국은 러시아로부터 독립국의 지위를 인정 받는다. 그간 유엔 가입국 가운데 이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국가는 없었다. AP통신은 "러시아 의회의 결정이 국제사회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하지만 크렘린은 서방의 구 소련 국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저지를 위한 협상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자치공화국은 1990년대 초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그간 지위를 인정 받지 못했다. 하지만 2월 코소보 독립 이후 독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고,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아 침공을 독립의 계기로 삼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는 지난 주 러시아측에 독립 인정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그루지야와 서방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코펜하겐 소재 단스케 은행의 수석 연구원인 라스 크리스텐센은 25일 블룸버그 통신에 "중ㆍ동부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며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한층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세계는 현재 그루지야의 영토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러시아 의회의 결정에 앞서 미국은 이유식, 생수, 침구 등 총 55만 톤, 1,300만 달러 규모의 구호물품을 실은 미 해군 구축함 US맥폴호를 그루지야에 보냈다. 또한 유럽연합(EU) 순회 의장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다음달 1일 그루지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루지야 지원 방안과 러시아와의 관계설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백악관은 딕 체니 부통령이 다음달 2일 그루지야를 방문해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만난다고 25일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당장 최종 결재를 하기보다는 서방의 움직임을 살피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날 그루지야를 두둔하는 서방 세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나톨리 노고비친 러시아군 참모차장은 미 핵구축함의 그루지야 입항에 대해 "구호를 빌미로 흑해 부근에 해군력을 집중시키려는 시도"라며 "지역 안정화에 도리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밝혔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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