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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녹색성장에 디테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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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녹색성장에 디테일이 없다

입력
2008.08.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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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뉴 스타트'라고 불리는 집권 2막을 이끌어갈 신상품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세일즈를 벌일 참이다. 8ㆍ15 경축사를 빌려 내놓은 광고는 요란하다. 녹색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한반도의 기적을 일궈낼 비전이란다.

정보통신ㆍ생명공학ㆍ나노ㆍ문화산업 기술을 아우르는 녹색기술 세계 시장은 2020년 3,000조원에 달해 이 시장을 선도하면 양극화 성장동력 일자리 등의 문제가 일거에 치유된단다. 또 신재생에너지 주축의 청정에너지는 새만금을 비롯한 국토 곳곳을 태양과 바람 꽃과 바다에너지가 만개하는 신천지로 변화시킬 것이란다.

여당부터 새 발전비전에 의구심

이 대통령의 야심은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내고 환경혁명의 시대로 접어드는 문명적 전환기에 새로운 문명을 주도하겠다"는 말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토록 엄청난 상품을 내놨으니 관심이 구름처럼 모여야 할 텐데 출시 열흘이 넘도록 시장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1세대 상품인 '7ㆍ4ㆍ7 프로젝트'에 비해 어느 부분이 개선됐고 어떤 성능이 추가됐는지, 두 상품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데다, '약간의 고통과 불편만 감내하면' 마치 공짜로 줄 것처럼 과장 광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정성도 현실성도 구체성도 없는 불량상품이자 일본 후쿠다 비전의 표절"이라는 학계와 환경ㆍ시민단체 등의 지적이 줄을 잇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반론은 찾기 힘든다. "후속대책을 준비 중"이라거나 "녹색성장은 보통명사"라는 말이 고작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세계시장 판도가 어떻게 되고 우리의 기술수준은 어느 단계인지, 이미 크게 앞서나간 선진국을 따라잡을 전략은 무엇인지 등의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으니 "747보다 더 날림으로 급조된 비전"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도 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부 고발자'에 의해 녹색성장 패러다임의 허실이 보다 분명하게 부각된 점이다. 총대는 한나라당의 김문수 경기지사가 멨다. 그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이 대통령이 말한 그린 테크놀러지 리볼루션 구상은 의아하고 실효성도 없는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선 과학기술부마저 교육부의 한 파트로 전락시킨 사람들이 돌연 녹색기술 운운하는 게 우습다는 것이고 실제로 정부와 청와대에 관련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할 조직과 사람도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간접적으로 이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신도시 건설 등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도심 재개발ㆍ재건축으로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겠다던 당초 공약을 깼다"며 "공약을 어겼을 때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 국민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명박 정권의 집권구호이자 비전인 747공약도 마찬가지다. 비록 애초부터 하나의 정치 슬로건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집권한 이상 대체 비전을 들고 나올 땐 그래야 하는 전후 사정을 설명하거나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그러나 747은 어느 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골방으로 떠밀려났다. 한승수 총리도 어제 녹색성장을 국정의 주요방향과 지표로 내세웠으나 "태양과 풍력 조력등 녹색성장 분야에서 전략을 세워 선택과 집중을 잘하면 10년 후엔 선진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구름 잡는 소리만 했다.

구체성 없으면 정책불신만 키워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구 선진국들이 십수년 전부터 미래성장비전으로 삼아온 녹색성장 개념을 뒤늦게 포착한 우리나라가 무슨 재주와 돈으로 이들을 따라잡아 새 문명을 주도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납득하지 못한다. 이들은 의식과 제도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는 녹색성장을 마치 토목공사처럼 생각하는 대통령의 접근부터 틀렸다고 말한다.

"에너지와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시대의 산업시스템과 철학, 삶의 양식이 낳은 산물이면서 이들의 변화를 결정하는 중심요소"(전주대 임성진 교수)라는 철학적ㆍ생태학적 인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2기 흥행에 성공하려면 보다 디테일하게 일을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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