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가 25일 이병순 KBS비즈니스 사장을 KBS사장으로 임명제청 함에 따라 이달 초 감사원의 정연주 전 사장 해임권유로 촉발된 KBS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KBS기자협회, PD협회 등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 해동'(이하 사원행동)과 언론시민단체 등이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 정치색 약한 대안 이병순 선택
이 사장 후보자는 1977년 공채 4기로 입사 후 30여년간 줄곧 KBS와 관계사서 근속한 'KBS맨'이다. 전문성과 정통성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을만한 인물이다. "소신과 원칙이 뚜렷하고, 판단력과 추진력도 겸했다"는 평을 사내에서 받고 있는 점도 이사회의 임명제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일정거리를 유지해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색이 약한 KBS출신으로 사내 안팎의 반대여론을 무마시키려 한 이사회의 예정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장 후보자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BS이사회의 정 전 사장 해임권유와 후임사장 임명제청과정서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의 눈길이 사그라지지 않은 만큼 낙하산 논란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11월까지 과도기를 맡을 임시적 수장이고 김은구 전 이사의 대타'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그의 행보를 더디게 할 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노조는 수용 가능성 높아
KBS내 최대 단체인 노조는 이병순 사장 후보의 임명제청에 대해 "이 후보는 최우선 과제로 KBS의 정치적 독립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조직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며 모든 구성원들은 지혜를 발휘해 사분오열된 조직을 추스르고 내부를 통합해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 수용가능성을 내비쳤다.
노조는 "이 후보가 정권의 방송구조 개편 기도에 따라 조합원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몰아붙인다면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후보는 KBS 재원 확충과 구성원의 고용 안정에 대한 명확한 구상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BS노조가 이 사장 후보자를 받아들인다 해도 KBS의 내홍은 잦아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천무효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사원 행동이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KBS 안팎서 새 사장을 둘러싼 마찰음이 지속되고 사측과의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이사회의 임명제청 결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투쟁방법은 노조의 행보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병순씨는 누구/ 30여년 근속 KBS맨… 경제부서 주로 근무
이병순 KBS 사장 후보자는 입사 이후 보도국 경제부서에서 주로 근무하며 이력을 쌓았다. 1986~89년, 94년에 경제부 차장을 지냈으며 98년엔 경제부장을 역임했다. 91~94년엔 파리와 베를린 특파원으로 해외근무 경력을 쌓기도 했다.
기자 시절이던 84년 '경제특집-세계는 무역전쟁' 보도로 한국방송대상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85년엔 '경제특집-총점검 한국의 국제경쟁력'으로 방송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001년엔 창원방송총국장을, 2002년엔 대구방송총국장을 지냈으며 2003년엔 뉴미디어본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친 점도 눈에 띈다.
2004년 KBS미디어 사장으로 옮긴뒤2005년부터 KBS비즈니스 사장을 맡고 있다. 경남 거창군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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