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정치인을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달인'이라 했던가. 24일 폐막한 올림픽 결과를 두고 25일 정치권이 주고 받은 덕담 속엔 "국운 상승의 계기"(한나라당)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민생 파탄에 시름하는 국민의 청량제"(민주당) 등 전혀 다른 해석이 담겨 있었다.
한나라당은 화려한 표현을 써 가며 '올림픽 효과'를 여권 지지도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 애썼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베이징 젊은 영웅들처럼 우리도 젖 먹던 힘까지 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분골쇄신의 노력을 시작하겠다"며 "여야가 경제 살리기 경쟁에 나서 누가 금메달 감인지를 국민이 심판하게 하자"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때 7% 경제성장과 4만불 소득,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라는 '747 공약'을 했는데, 집권 6개월 만에 마지막 '7'을 달성했다"며 "바로 올림픽에서 세계 7위 성적을 둔 것이다"고 주장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은 마음을 합하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고, 박순자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여 주었다"고 장밋빛 평가를 내놓았다.
민주당의 덕담엔 '뼈'가 들어있었다.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주일은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지금 국민이 일손이 잘 잡힐지 모르겠다"며 "오늘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와 혼란스러웠던 이명박 정부의 6개월을 대비시켜 여권을 겨냥한 것이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 국민이 큰 위안을 느꼈지만, 지난 6개월간은 불안의 연속이었다"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올림픽 기간 정치권이 보인 무기력함과 당리당략의 폐해가 부끄러웠다"고 지적했고,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올림픽 성과를 정치 선전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부의 국가주의적 발상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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