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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청소년 문학상' 6월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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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청소년 문학상' 6월 장원

입력
2008.08.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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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아니어도 분홍 - 남성민(필명 구멍)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7월 시 장원에 남성민(청주여고) 양의 <분홍 아니어도 분홍> 이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는 김선아(경희여고) 양의 <개미> , 비평ㆍ감상글에는 박소망(김천여고) 양의 <잊을 수 없는 그날> 현기영의 <순이 삼촌> 을 읽고>, 생활글에는 김다예(대구 정화여고) 양의 <발렌타인데이 사내에 대한 회상> 이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분홍 아니어도 분홍

- 남성민(필명 구멍)

주인은 쓰러진 분홍건물에 세들어 살았어요

맑은 날, 햇살에 부서진 창이 부서지지 않았다는 듯

버티는 모양이 안쓰러우면서 예뻐 보이고

어쩌다 골방까지 튀게 된 창의 편린이 귀해

집 안팎을 잊고서 없이 더욱 행복했답니다

죽어버린 집의 나날을 깨뜨린 것은

흐린 저녁에 분홍건물을 우우 에워싸던

비구름을 닮은 거대한 뱀이었어요

꾸물꾸물 훑고 지나가는 비늘만큼은 견디지 못한

창이 이전과는 다른 조각들을 주인에게 토하였고

비늘 무수히 떨어지는 소리에 얇아진

슬레이트 지붕은 주인의 살갗으로 내려앉았어요

을씨년스러워진 분홍칠마저 주인에게 쏟아지고

주인은 뱀 울음소리를 냈지만 가난히,

그 소리는 묻혀버렸어요 암만해도

주인의 소리 같은 건 너무나 미약해요

내 사랑을 떠올려 봐도 분홍 따위

어울리지 않고 없는 집 같은 거 열적어서

이대로 떠내려 보내면 좋을 텐데

왜 꾸물거리면서 살아내어 스스로

기어코 허물이 되어버리는지, 날이 개이고도

피투성이가 된 없는 집에서 주인은 다시

오래 드러눕듯 생활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정말

▲심사평

구멍의 <분홍 아니어도 분홍> 은 분홍이 주는 산뜻한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그것을 잔혹 동화와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마지막 연의 작자가 개입한 화자의 고백조의 진술 또한 돋보입니다. 전체적으로 화자가 가지고 있는 분홍빛 환상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잘 풀어낸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경주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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