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이 대기업과 공기업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 특정 업체가 이들 기업이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와준 혐의(직권남용 등)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5일 대통령 측근들에게 부탁해 건설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주고 S건설로부터 9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횡령 등)로 구속된 서모(55)씨를 수사하면서 H(53) 전 청와대 행정관(3급)과 J(62) 전 청와대 비서관이 공사 수주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지춘 강남서 수사과장은 "청와대의 외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진술과 정황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H씨와 J씨 등 5명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으며, 응하지 않을 경우 출국금지 조치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환 대상에는 전 D건설 사장 P씨, 전 한국토지공사 사장 K씨도 포함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청와대 근무 당시인 2005년 10월 광화문 식당에서 서씨와 S건설 사장을 만나 "부산 신항 북컨테이너 부두공단 배후부지 조성공사를 수주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발주업체인 D건설 P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D건설 측은 서씨와 S건설에 입찰 참여업체가 제시한 최저 입찰가격(96억원)을 알려줘 S건설이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J씨가 H씨와 함께 2006년 9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군산∼장항간 호안공사(공사비 약 2,800억원 상당)를 대기업 S건설이 수주토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기업 S건설은 서씨가 로비를 맡은 S건설에 하청을 주기로 한 상태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밖에도 두 사람이 영덕~오산간 도로 건설 공사(700억원)를 D건설이 수주할 수 있도록 당시 토공 사장 K씨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서씨의 진술을 확보해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서씨는 199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에 자동화설비를 16억원에 납품하면서 당시 대표였던 H씨로부터 5억원을 받지 못했으며, H씨는 노 전 대통령을 연대보증인으로 기재한 5억원짜리 현금보관증을 서씨에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씨가 "H씨가 2007년 4월 현금보관증을 회수해 갔다"고 진술함에 따라 H씨가 장수천 시절의 채무 5억원을 탕감받는 조건으로 서씨의 공사 수주 청탁에 응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서씨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 5억원 채무 탕감을 '뇌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H씨의 금품수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서씨가 3건의 건설공사 수주를 도와주고 S건설로부터 받은 9억1,000만원의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자금 추적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H씨와 J씨가 경찰의 소환 통보 등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데다, 대기업 DㆍS건설과 토공 등은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경찰 수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본보는 H씨와 J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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