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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들 가을호서 '촛불집회 특집'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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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들 가을호서 '촛불집회 특집' 잇달아

입력
2008.08.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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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적인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촛불집회. 두 달 이상 진행된 촛불집회는 촛불을 켠 시민 뿐 아니라 촛불에 반대하는 진영들, 시민단체들에게도 하나의 '사건'으로 자리잡았다. <창작과 비평> <황해문화> <문학과 사회> <문학동네> 등 계간지들은 가을호에서 특집, 대담, 칼럼 등의 형태로 촛불집회의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 촛불은 자발적인 축제다

물대포를 쏘는 경찰들에게 '온수, 온수'를 외치는, 폭력을 농담으로 받아넘기는 시위대, "그렇다고 대통령을 바꾸겠습니까" 라는 여당의원의 발언에 "아니, 그럼 국민을 바꿔요?"라고 답한 시민들의 반응 등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보여준 신선한 상상력, 직관력, 표현력, 자발성에 주목해 촛불집회를 주목한 글들이 많았다.

전효관 전남대 교수는 "웃으면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10대 여학생들은 이번 집회의 가장 상징적인 특이점"이라며 "새로운 감수성이 가벼움을 키워드로 채택하는 것은 진지함에 대한 대안적 성격을 갖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촛불집회를 정당의 영향력이 전무하고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한 '자발적인 저항'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촛불집회는 87년 이후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민주화운동세력, 시민운동세력에게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과제를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한 교수는 "발랄한 대중에게 운동권은 따분하고 재미없고 판에 박힌 말만 하고 게다가 권위주의적이기까지 했다"며 "자발적 평화시위로서 촛불집회는 지금까지만으로도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촛불은 민주주의의 학습의 장이다

촛불집회를 민주주의 학습의 장으로, 거대담론의 정치 대신 생활정치가 꽃필 수 있는 계기로 해석하는 분석도 나왔다.

이현우 서울대 강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규정 자체가 무슨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서 중ㆍ고등학생들, 일반시민들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며 "직접적인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도 많지만 이 경험 자체는 한국사회가 조금 더 민주화되고 발전해 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문재 문학동네 편집위원도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긍정적 의미에서 정치의식을 갖게 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긍정했다.

오은 시인은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현장을 피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먹고 살기 위해 현장으로 나왔고, 과거에 정부의 정책에 군말 없이 복종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찾게 되었다"며 촛불집회의 정치적 계몽효과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다.

■ 촛불집회도 한계있다.

쇠고기 협상의 실패에 대해 정권교체까지 요구하는 촛불시위대의 주장은 참정권에 대한 부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남재일 세명대 교수는 "정부가 민의를 거스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시민의 힘으로 재협상을 하는 것이 절차적 민주화를 성취한다는 시각은 난센스"라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전면적으로 대의권력을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 참정권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는 6월 정년퇴임 강연에서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는 대의적 민주주의 체제이며 운동이 항시적으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촛불집회의 한계를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먹거리 안전확보라는 개인의 '권리 지키기' 문제에 집중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중산층적 문제의식이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소수자의 문제 등 다른 사회ㆍ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연대의식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도 제기됐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이 운동에서 인터넷에 들어가볼 시간조차 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해고에 내몰린 노동자들과 촛불항쟁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했다"며 "촛불항쟁은 비정규직문제, 한미 FTA같은 의제들을 에둘러갔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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