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꿈'이 서린 잔치는 끝났다. 중국은 화려한 축제 뒤, 그간 애써 외면했던 냉혹한 경제현실과 맞닥뜨렸다. 세계의 이목은 이제 곳곳에서 이상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중국경제의 향배에 쏠려있다.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버블붕괴와 함께 곤두박질치는'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인가. 혹은 인플레압력을 누그러뜨리며 서서히 성장속도를 줄여가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연착륙'쪽에 기대를 섞어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비관적 시각도 여전히 날카롭다. '포스트올림픽 차이나'경제의 5대 핵심 쟁점들을 문답으로 정리해본다.
Q)고성장 지속할까.
중국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연평균 10%를 넘는 고성장이었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댄 수출 증가율(매년 30%대)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정투자 비율은 두자릿 수에 달하는 초고속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과속은 과열로 이어지는 법. 중국경제의 과열지표(COI)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올림픽이 한껏 끌어올렸던 투자 바람이 잦아들고, 세계경제 하락으로 수출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7%, 최악의 경우엔 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도 여전하다. 베이징 중심으로 이뤄진 올림픽투자 자체가 큰 비중이 아니었고, 더구나 농촌 및 서부개발 투자 등은 올림픽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할 국가가 새롭게 나서지 않는 한 수출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성장엔진은 꺼지지 않을 것이란 게 장밋빛 전망의 근거다. 현대증권은 최근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9.4%로 내다봤다.
Q)물가쇼크는 진정될까.
고성장은 인플레를 동반한다. 때문에 중국의 물가는 이미 살인적인 상태다.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돼지고기 등 식품가격과 생산자물가의 상승으로 인해 당분간 고물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짐이 됐다. 생산원가 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한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는데, 올들어 도산한 중소기업만 6만7,000개에 달한다. 물가에 대한 불안은 소비자의 지갑도 닫게 만들었다. 올 상반기 도시 주민들의 1인당 가처분소득의 실질증가율(6.3%)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위안이다. 소비자물가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고, 곡물 수확 시즌이 다가와 식품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중국의 민간소비는 올림픽 후에도 정부의 세금 부양책, 높은 저축률, 신 소비계층 부상 등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Q) 증시는 반등할까.
중국 증시는 올림픽 특수를 무색케 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올림픽 기간동안 20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지난해 10월 최고점(6,124포인트)과 비교하면 60%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싸졌다"는 인식보단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물가불안과 수출 및 투자 둔화가 증시를 짓누르는 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시는 현재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인 증시 부양책 또는 통화정책 완화를 비롯한 획기적인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의미 있는 반등이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세계경제의 향배도 주요 변수다.
Q) 부동산 거품은 꺼질까.
부동산은 거품의 징후가 농후하다. 선전의 6월말 신규주택 평균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보다 무려 36%나 폭락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올림픽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의 우려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투기자본이 발을 빼는 형국이다.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금융권의 연쇄 부실로 이어져 '중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악화할 수도 있다는 점. 현재 부동산 개발업체의 평균 부채비율은 400%대에 이른다. 심지어 부동산가격이 떨어지자 부동산업체 대표가 도주를 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다만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어 중국 전체 부동산의 거품을 논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Q) 핫머니 탈출 시작됐나.
핫머니의 이탈 조짐도 심상치 않다. 6, 7월에만 280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5년 이후 줄곧 평가 절상됐던 위안화의 절상 속도 둔화가 핫머니의 탈출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수출 둔화 때문에 위안화 절상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입성한 해외자금(약 1조달러)은 주로 부동산과 村첼?집중된 만큼 이들이 빠져나가면 중국 증시와 부동산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위안화 절하와 물가상승이 수시로 발생할 수도 있다. 위안화 절하는 해외자금의 도미노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핫머니가 자본시장과 환율불안의 복병인 셈이다. 중국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여전히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이라 핫머니의 움직임에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중국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수닝 인민은행 부행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정규 채널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된 상당량의 자금(핫머니)이 일시에 빠져나간다면 경제에 미칠 충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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