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부터 주자면 이 영화 꽤 난해하고 무겁다. 코미디 작품이고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지만, 그 웃음은 이내 납덩이로 굳어 가슴에 쌓인다.
화려한 출연진(특히 비썩 마른 아오이 유우)의 유쾌발랄한 소동극을 기대했다면 실망, 아니 질려버릴 수도 있다. '엽기코믹'이라는 문구가 적힌 알록달록한 포스터는 페이크!, 라고 말해 버리는 것도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까.
역으로, 그 묵직함이 영화의 진짜 재미다. 극단적 선택을 한번쯤 고민하며 삶의 '사막'을 건너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거짓말과 연민으로 담을 친 자기합리화의 터널, 길고 긴 그 굴을 지나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힘겹고 아프고 벅찬 감격을. 영화는 그 과정을 재연한다. 오타쿠 문화의 엽기성이 가득한 코미디의 과육 속에, 진짜 자기를 직시하는 고통이 씨처럼 박혀 있다.
영화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안정실에서 시작한다. 프리랜서 작가 사쿠라(우치다 유키)는 마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에 수면제를 타 먹은 것이 자살시도로 오인돼 이곳으로 끌려온다. 그리고 여기에서 온갖 '비정상'의 인간들과 마주친다.
마츠오 스즈키 감독의 괴물 같은 능청은 이 상황을 '완전 코믹 황당 시츄에이션'으로 그려낸다. 순백의 병원이라는 배경은 이 코미디에 초현실적 이물감을 불어넣는다.
날짜가 흐를수록 사쿠라는 자신이 병원에 있는 진짜 이유에 다가선다. 그녀는 "대충 살아 온" 대과거를 거쳤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를 준" 과거완료를 지니고 있으며, "800자짜리 칼럼도 쓸 수 없는" 현재진행을 앓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해치거나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다룬 환자가 감금되는 '콰이어트룸'이라는 별명의 안정실, 사쿠라는 거기서야 '자기'를 만날 용기를 낸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는 퇴원 판정을 받는다.
만만찮은 굵기의 이야기를 배배 꼬인 유머의 틀로 사출해 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쿠도 칸쿠로(宮藤宮九), 아오이 유우(蒼井優), 츠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聰) 등 스타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해 '망가지는' 모습도 이 작품을 보는 즐거움.
어디로부턴가 소외되고 무언가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을 담백한 필치로 그려내는 일본 영화의 특징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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