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떡과 차가 차려져 있는 작은 로비에서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며 국립국악관현악단 '사랑방 음악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이 음악회의 해설자인 가야금 명인 황병기(72ㆍ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잠시 후 74석의 아담한 무대에 손님이 가득 들어찼다. 보조의자까지 놓았는데 그냥 돌아가는 관객도 있었다. 공연 전에 미리 관객과 안면을 튼 황병기 예술감독은 무대 뒤가 아니라 객석 앞줄에 자리를 잡았다가 몇 걸음 걸어 나와 입을 열었다.
개량악기 연주로 꾸며진 이날 음악회의 제목은 '줄탁동기(啐啄同機)'. "나같이 무식한 사람은 잘 모르는 말인데요." 첫 마디부터 객석에선 웃음이 흘렀다.
"알 속의 병아리가 나오려면 어미닭도 도와줘야 하지만 병아리 스스로 부리로 알을 쪼아야 한다는 말이래요. 개량악기 연주란 이렇게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려는 병아리의 몸짓과도 같은 것이지요."
개량악기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설명이 끝나면 황 예술감독은 다시 객석으로 들어가 관객들과 함께 연주를 들었다. 18현 가야금 독주, 개량 대금 중주, 아쟁5중주 등이 연주되는 동안 객석의 추임새와 연주자들의 숨소리가 어우러졌다.
사랑방 음악회는 지난해 비정기 공연으로 시작했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부터 매달 열리는 상설 공연이 됐고, 매번 매진되는 인기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8월 공연으로 시작된 하반기 공연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각기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보통 대편성으로 큰 극장에서 공연합니다. 그에 비해 사랑방 음악회는 선인들이 사랑방에서 음악을 즐겼듯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예요." 황 예술감독은 "워낙 거리가 가깝고 마이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큰 무대 때보다 더 긴장을 한다"고 말했다.
황 예술감독은 원고를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관객들의 연령이나 국악에 대한 지식 수준을 고려해서 그에 맞게 해설한다는 것. 그는 "매번 공연마다 오는 고정 팬들이 많고, 초대권은 단 한 장도 없다"고 자랑했다.
이 공연을 보고 얻은 영감으로 그림을 그려 보내온 동양화가도 있었다. 황 예술감독은 "청중과 연주자가 친밀하게 호흡하면서 음악도 듣고 대화도 나누는 것이 사랑방 음악회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 나 역시 이 음악회의 관객"이라고 말했다. 공연문의 (02) 2280-4115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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