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원심력이, 다른 한쪽은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을 양분한 친(親)이명박계와 친(親)박근혜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의원 분포로만 따지면 친이 진영이 아직 월등하다. 친박 복당 이후에도 전체 의원 172명 중 친이가 110명으로 친박 60명의 2배 가까운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결속력은 그 반대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친이 의원들은 지난달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며 심재철 최병국 의원을 공동대표로 하는‘함께 내일로’라는 계보 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끈끈함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17대엔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주도한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줬고, ‘이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금 친이 진영에 구심점이 없다. 친이 진영의 좌장 역할을 해온 이재오 전 의원이 낙선하고 미국으로 갔고 정두언 의원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구심점이 될 수도 없다. 다른 친이 중진 의원들이 여럿 있지만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친박 진영은 반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계파 모임’이라면 손을 내젓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중심이 잡힌다. 홍사덕 김무성 의원이 복당하면서 무게가 더해졌다.
친박측은 박 전 대표의 ‘금지령’에 따라 계보 모임은 만들지 않았다. 대신 유정복 의원이 최근 만든 국회 등록 정책연구 모임 ‘선진사회연구포럼’이 친박 의원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공부 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친분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회원으로 가입하다 보니 어느덧 친박 모임이 돼 버렸다.
친박 무소속 연대가 맹아인 공부 모임‘여의포럼’도 친박의 또 다른 구심이다. 이 모임에는 최근 김세연 장제원 이한성 의원 등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이 추가로 가입했다. 여의포럼의 한 관계자는 “친이로 분류되던 의원들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상태”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의 결속력은 남다르다. “작년 경선 패배와 탈당ㆍ복당 등을 거치며 고생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친박 의원은 “굳이 계보 모임을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끈끈하다”고 말했다. 양쪽에서 작용하는 구심력과 원심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력한 차기 주자쪽으로 사람들이 쏠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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