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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레이트 게임' 조국엔 애국자 중앙亞엔 약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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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레이트 게임' 조국엔 애국자 중앙亞엔 약탈자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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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홉커크 지음ㆍ정영목 옮김/사계절 발행ㆍ692쪽ㆍ2만9,500원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리에게는 올림픽에 참가한 힘센 격투기 선수들이 온 지역 정도로나 여겨지는 중앙아시아. 하지만 19세기 이래 200여년 이상 러시아-영국, 소련-미국 등 열강들은 이 땅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넣기 위해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년간 <더 타임스> 의 중동ㆍ극동 아시아 전문기자로 활약했던 저자는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19세기초부터 20세기초까지 영국과 러시아가 펼쳤던 각축전을 생생하게 그리고있다. 책은 러시아로부터 인도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의 부하라 칸국과 동맹을 맺을 목적으로 파견됐던 영국군 장교 찰스 스토다토 대령과 아서 코널리 대위의 참수장면으로 시작한다.

첫 장면이 상징하듯 책은 이 거대한 '게임'을 지휘하는 런던과 모스크바의 왕족과 장군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국의 영광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뜨거운 애국심으로, 혹은 제국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공명심 하나로 적대적인 부족과 높고 험한 고원지대의 산길, 뜨겁고 건조한 사막을 누빈 300여명이 넘는 영국과 러시아의 탐험가와 하급군인들이 펼치는 장대한 인간드라마다.

말장수와 순례자 행세를 하며 수천km를 누비며 최적의 방어위치와 길 주변의 요새화 정도 등 군사정보는 물론 우물과 강의 위치, 밀과 보리, 과일의 경작정보까지 수집했던 영국군 찰스 크리스티 대위와 헨리 포팅어 중위, 그루지야의 수도 티플리스에서 투르크멘 부족민으로 변장을 하고 동쪽으로 1,300km 이상 떨어진 히바의 통치자에게 예르몰로프 장군의 친교 메시지를 전달한 스물 네 살의 미하일 니콜라예비치무라비요프 대위 등의 활약은 첩보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책은 난관을 뚫고 임무를 완수하는 인간 드라마인 동시에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의 땅을 침범한 제국주의 첨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 역자의 말마따나 역사적 경험으로 보나 지정학적 위치로 보나 제국들의 '땅따먹기' 야욕에 속절없이 학살당하고, 약탈당했던 중앙아시아 원주민과 우리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적 책읽기도 요구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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