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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직도 배고픈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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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직도 배고픈 사회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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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당시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의 "아직도 승리에 배고프다"는 말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회자된 적이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성취 욕구를 가진 한국인의 정서에 잘 부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광복절에 즈음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한국인의 정서가 잘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절반을 전후한 응답자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60년간 최대의 성과가 경제발전이라고 평가하였다. 동시에 응답자들은 향후 해결해야 할 일로도 경제발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지난 60년간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발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여전히 배가 고픈 것이다.

불안이 키운 이중적 경제심리

왜 한국인은 아직도 배고픈 것일까? 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경제발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많은 국민들이 미래의 경제적 삶에 대하여 불확실하게 생각하고 불안해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비정규직 확대와 일자리 감소로 고용 및 소득의 안정성이 위협 받고, 사회복지제도 미비로 은퇴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개개인은 현재의 경제적인 삶의 질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있다. 개인의 경제적 삶이 안정적이지 못하기에, 자신의 처지가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바람이 경제발전에 대한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불어 닥친 재테크 열풍은 이러한 열망을 반영한다.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이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재테크를 통해 부를 늘리고자 노력해 왔다. 한 편에서 공직자 후보의 놀라운 재테크 실력(?)과 양극화를 비판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자산가격의 상승에 편승하고자 하는 심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심리는 지난 40년간 개인간 부의 격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부동산에 대한 태도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누구나 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서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개개인의 관점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집 값이 다른 집보다 상승한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락하는 경우,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누가 좋다고 하겠는가?

역대로 위정자들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히 활용해왔다. 지난 봄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북지역의 뉴타운 지정 공약은 강북 사람들의 보상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소위 '8ㆍ21 부동산 대책'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주택수요 확대와 거래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부동산가격의 안정화에 있는지 아니면 투기를 조장하는 데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정책들이 앞서 지적한 대로 개개인의 주택가격에 대한 이중적 심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투기 유발 정책이 자신이 보유한 주택의 가격을 지지하는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물론 개개인이 자신이 보유한 자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고, 이러한 심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이러한 부동산 정책들에 대한 저항은 의외로 크지 않다.

'조삼모사' 정책은 큰 문제 야기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정책들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모든 사람의 집값이 오른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도대체 어떠한 이득이 있겠는가? 내 집을 갖고 있지 못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며, 많은 사회적인 부작용만을 유발할 뿐이다.

물론 미래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찬 밥, 더운 밥을 가릴 입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민들의 걱정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조삼모사적인 정책이 향후 더 큰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데 우리의 우려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과거의 고성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오늘 무엇을 취해 그 배고픔을 달래야 할지 현명하게 생각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기영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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