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화 이후 최대 득표로 당선될 당시만 해도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강력한 실용주의 개혁 바람을 몰고 올 듯했던 게 아득한 꿈같다. 정말 시끄럽고,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4강 외교'가 쇠고기 파동과 독도 문제에서 보듯 곳곳에서 균열 조짐을 보였고, 남북 관계는 멀찌감치 후퇴해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4ㆍ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보수진영 전체로는 개헌안 의결 정족수를 넘겼는데도 국회는 장기파행을 겪었을 뿐 'MB 개혁'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국민의 마음 못 읽어 신뢰 상실 자초
무엇보다 국민 다수의 삶의 기반이 더욱 불안해져 '경제 대통령'에 대한 커다란 기대가 다 무엇이었던가 싶다. 석유와 곡물, 원자재 값 폭등과 미국의 금융불안 등 외적 환경의 악화가 주된 요인이지만, 국가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우왕좌왕한 환율정책이 좋은 예이다. 친 기업, 친 시장 정책으로 성장잠재력을 되살려 고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른바 '7ㆍ4ㆍ7' 공약은 폐기될 운명이고, 당장 물가 상승과 줄어드는 일자리, 늘어나는 경상수지 적자에 제동을 거는 게 급선무가 됐다.
초라한 6개월의 성적표를 보는 국민 눈길이 고울 리 없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남짓한 수준으로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6개월째 지지율로는 가장 낮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니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이 대통령은 물론 주변의 권력 담당자들이 철저히 되짚어야 한다.
실패의 조짐은 취임 전부터 나타났다. 잠시 조용했던 '대운하' 구상이 다시 물위로 떠올랐고, '아~린쥐 소동'이 예비 정권담당자들의 현실감각을 의심스럽게 했다. 청와대 요직과 각료 인선 과정에서 일었던 '강부자' '고소영' 논란에서는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얼마나 좁고 자기중심적인가를 드러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무감각이 특히 두드러졌다. 국민의 믿음이 가장 큰 재산인 대통령의 지도력에 이때 굵은 금이 갔다.
결정적 신뢰의 위기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에 찾아왔다. 지난 정권이 키운 대미관계의 틈새를 급하게 메우려는 조급증이 전례 없는 졸속ㆍ부실 협상을 불렀다. 쇠고기 안전과 검역주권 확보를 요구하는 '촛불'이 거세게 타올라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소통 부족'을 사과해야 했다. 그나마 추가협의와 추가협상 이후 '촛불' 열기는 식어갔다. 또 일본과의 독도 갈등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베이징 올림픽에서 잇따른 승전보가 '촛불' 열기를 식혔다.
조급증·편협 버리고 국정운용 일신을
국민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너무 일찍 신뢰의 위기를 맞아 정책실현 기회도 없었던 대통령, 미우나 고우나 앞으로 4년 반 동안 국가 경영을 맡길 수밖에 없는 정권에 대한 '계산된 관용'이다. 이에 힘입어 이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보듯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그것이 복이 되려면 지난 6개월의 조급증과 편협함, 고집 대신 유연하고 탄력적인 사고와 행동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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