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그 정도로 공격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 우리는 반격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바투 쿠텔리아(사진) 그루지야 국방차관은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반격에 대응할 충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남오세티아에 대한 공격을 결정했다고 말해 그루지야 정부의 오판과 준비 미숙을 인정했다. 그는 "그루지야 군 수뇌부는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반격할 가능성을 아주 낮게 봤다"고 말했다. 1990년대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매서운 보복을 목격했음에도 이 같이 판단한 근거로는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 안보협력기구의 회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루지야의 군대는 러시아에 비하면 초라하다. 2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2만명 규모로 군대를 증강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 훈련했지만, 바르샤바조약의 유산인 구식 무기로 무장한 허술한 조직일 뿐이었다.
전략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쿠텔리아 차관은 "전쟁에 대한 책임은 러시아와 그루지야 양측에게 동등하게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그는 남오세티아가 먼저 그루지야의 민간인 거주지에 폭격을 가했다는 점과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남오세티아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기 전 러시아가 이미 북오세티아에 병력을 배치한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정부의 오판으로 그루지야 국민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혹독하다. 그루지야는 21세기 들어 BTC 송유관 공사 등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 경유지로 자리매김할 꿈을 키웠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쿠텔리아 차관은 "그루지야의 사회기반 시설은 '심각하게' 파괴됐으며 국방 시스템을 재정비하려면 엄청난 해외 원조가 필요하다" 호소했다.
최지향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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