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베이징이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이후 중국은 연평균 10%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은 불과 1%대에 머무르는 고성장-저물가 시대를 구가했다. 낮은 물가수준을 유지하면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룩한 중국경제를 '중국식 신경제'라고 칭하기도 했다.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2003년 이후 세계경제 호조에 따른 중국의 수출 확대와 고정투자 급증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을 초과하는 과도한 성장속도는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버블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구체적 경제지표를 통해 중국경제의 과열 여부를 진단해 보고 한 발 앞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열 부작용ㆍ경착륙 우려 커져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자산시장, 기업경영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중국경제의 과열 여부를 진단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경제는 2003년 이후 6년간 잠재성장률을 1%p 이상 상회하는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경제발전은 과열현상과 부작용을 불러온다. 국가는 과열상태인 경제를 한없이 끌고 갈 수는 없다.
둘째, 중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12년 만에 최고치인 8.5%를 기록했다. 이후 중국정부가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생산자 물가는 10%를 넘어서는 등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자 물가 상승은 기업의 이윤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수년간에 걸친 과잉투자로 인해 철강,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서 과잉설비 문제가 잠복되어 있고, 기업 수익성도 점차 악화되는 조짐을 보인다.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2010년 6억 톤에 달해 약 2.5억 톤의 잉여설비가 발생할 전망이다. 휴대전화의 경우 중국의 생산능력은 총 6억2,000만 대이지만 내수규모는 1억5,000만 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버블붕괴다. 2004년 이후 투기수요가 확대되면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했고, 2007년 11월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최초 경제특구인 선전시의 경우 2007년 10월 이후 신규주택 평균가격이 40% 가량 폭락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부동산 업체들은 개발자금의 대부분을 은행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과 금융권의 대출축소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중국의 은행들은 선진국 수준의 발달된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해 부실채권 규모를 조기에 파악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이나 부채담보부증권 등 금융상품도 발달하지 않아 부동산시장 붕괴에 따른 리스크를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조건으로 약속한 금융시장 전면개방 유예기간이 이미 지났으며, 주요 중국은행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금융부실이 발생할 경우 과거와 같이 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금융권을 지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부실은 대출축소와 투자하락으로 이어져 고속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있다.
새로운 사업ㆍ성장동력 모색을
중국의 인건비와 생산비 상승으로 저렴한 생산기지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중국 칭다오에 진출했던 한국기업들이 생산비 상승을 견디지 못해 '야반도주'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광둥성 동관(東菅)시에 진출했던 6,000여 개 홍콩기업과 8,000여 개 대만기업들이 이미 철수했다.
이제는 낮은 생산비를 겨냥한 제조업 중심의 투자를 탈피하고 중국의 경기둔화를 새로운 사업분야에 진출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 금융 및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많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가까워진 중국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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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찬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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