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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강은 잣봉을 감싸 안고, 또 산은 강을 짙게 희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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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강은 잣봉을 감싸 안고, 또 산은 강을 짙게 희롱하고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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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사행천 동강은 영월 읍내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51km를 산자락 휘휘 돌고 또 돌아 굽이쳐 흐른다.

동강을 즐기는 가장 쉽고 대중적인 방법은 여름에 즐기는 래프팅이다. 고무보트를 타고 강물 한가운데서 동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반면 가장 힘든 방법은 트레킹이다. 산을 타고 올라 동강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길이다.

래프팅이 물방울로 몸을 적신다면, 트레킹은 땀방울에 흠뻑 젖어 들어야 한다. 하지만 동강 트레킹은 흘린 땀 이상을 충분히 보답한다. 보트에서 느낄 수 없는 동강의 색다른 비경이 걸음 걸음에 새겨져 오랫동안 간직된다.

동강을 굽어보는 산은 여럿 있지만 그 중 최고 전망대는 영월의 잣봉(537m)이다. 동강의 최고 비경인 어라연을 위성사진 찍듯 내려다 볼 수 있는 하늘길이 열리 곳이다. 잣봉 트레킹의 출발지는 래프팅의 베이스캠프인 거운리. 거운분교 맞은편으로 나 있는 차 한 대 지날 만한 비포장도로가 트레킹 코스다.

동강관리사업소 매표소에서 1,500원짜리 입장권을 끊고 등산화 끈을 고쳐 묶었다. 한적한 산길은 개망초, 물봉선 등 여름 꽃들로 화사했다.

마차와 만지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잣봉이다. 20여분을 올라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아담한 분지에 들어앉은 마차 마을이다. 처음 만난 집에선 코커스패니얼 종의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선 객을 보고는 짖어댄다. 동강변 알프스 풍의 하얀 펜션만큼이나 강원 산골과는 왠지 어색한 조화다.

언덕을 다 내려오자 잣봉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도랑을 따라 오른쪽 오솔길을 가리킨다. 이곳부터 길은 숲 사이로 뻗어 올랐다. 우거진 녹음이 하늘을 가렸고 길 옆 도랑의 맑은 물소리가 오랫동안 함께 했다.

'잣봉 1.1km' 이정표 뒤로 급경사를 오르는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허벅지를 두들겨 가며 10여분, 계단을 다 오르자 드디어 능선이다. 오르막이 심하지 않은 능선의 산길은 푹신하고 아늑했다. 노송의 그늘이 청량했고, 오른편 숲의 나뭇가지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동강 물줄기가 시원했다.

잣봉 500m 앞, 물소리가 커진다. 래프팅 노 젓는 구령소리도 한층 높았다. 된꼬까리인가 보다. 동강 줄기에서 가장 낙차가 큰 여울이라는 된꼬까리. 뗏목이 꼬꾸라질 정도로 여울이 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른편 깎아지른 벼랑 밑으로 흐르는 동강. 강의 소리가 그대로 협곡을 타고 올라와 퍼진다. 동강을 위에서 걷는 하늘길, 잣봉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 서자 솔가지 사이로 어라연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어라연은 동강 비경의 백미다. 동강 물줄기는 잣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에 막혀 어라연 직전에서 180도를 휘돌아 흐른다. 그리고 바로 물 한가운데 떠있는 3개의 섬, 삼선암을 만난다.

물에서 올려다 봤던 어라연과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어라연의 느낌은 역시 달랐다. 직선으로는 채 50m도 안 될 거리를 이리 돌고 또 돌아 굳이 에둘러 가는 강물. 강은 산을 감싸 안고, 산은 또 강을 둘러 안으며 서로를 희롱하는 모습이 한 눈에 펼쳐진다.

잣봉 정상에 오르자 어라연은 더 크게 열렸다. 누군가 수고스럽게도 시야에 걸리는 나무들을 죄다 베어버린 덕분이다.

정상에서 어라연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걸음은 저절로 조심스러워진다. 기괴한 모양으로 뻗어 올라간 노송에 기대 심호흡을 해가며 걸음을 옮겼다. 1km 가량의 내리막 끝에 만나는 삼거리.

곧장 100m를 가면 암봉의 어라연 전망대, 오른쪽으로 바로 내려가면 어라연 강변이다. 좌우가 깎아지른 벼랑인 능선을 따라 가 만난 어라연 전망대에서는 삼선암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래프팅을 하는 이들의 대화가 온전히 들려올 정도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가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강가 모래톱이다. 강변길은 따로 길이 나 있지 않다. 강가의 모래 위로, 울퉁불퉁한 자갈 위로 계속 걷는다. 된꼬까리 여울 아래는 동강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다.

예전 떼꾼들이 된꼬까리를 무사히 넘어서서 잠시 쉬어가던 곳이다. 이곳엔 떼꾼들을 위한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그 주막의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불렀다는 전산옥이란 여인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지금은 만지에서 조금 내려와 만나는 어라연상회가 만지 주막을 대신한다. 떼꾼 대신 래프팅 손님들의 출출한 속을 채워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들이켜는 꿀맛 같은 동동주가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여기서 출발점인 거운분교 앞까지는 한 시간쯤 또 걸어야 한다. 옥빛의 동강이 내내 함께 한다.

■ 여행수첩

● 잣봉 트레킹 '거운분교-마차마을-만지고개-정상-어라연-만지-거운분교' 코스는 4시간 가량 걸린다. 잣봉 정상을 오르지 않고 강변 산책만 하는 '거운분교-어라연상회-어라연' 코스는 왕복 2시간 30분 정도. 입장료는 어른 1,500원, 학생 1,000원. 주차료는 없다. 동강관리사업소 삼옥안내소 (033)375-5377

●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해 30분 가량 직진하면 영월이다. 동강 잣봉 트레킹 출발지인 거운리 거운분교는 시내에서 태백 쪽으로 가다 다리 앞 네거리에서 동강래프팅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다리를 건넌 뒤 20여분 달리면 닿는다.

다리를 건너면 트레킹 코스 팻말이 있다. 만지나루 부근 어라연상회 (033)375-1463. 읍내의 상동식당(033-374-4059)은 막국수로 유명하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838

영월=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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