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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 구보 30분… 신병들 "악! 골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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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 구보 30분… 신병들 "악! 골반이야"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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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현역으로 군에 입대한 김상태(23ㆍ가명)씨는 훈련소 입소 일주일 후부터 왼쪽 사타구니와 골반 사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군의관은 단순 근육통으로 판단해 김씨에게 진통제를 처방했지만 한 달 후 김씨의 증상은 동료의 부축 없이는 계단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악화했다.

통증을 견디다 못해 민간 병원을 찾은 김씨는 '대퇴골두 피로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엉덩이 뼈와 맞닿는 넓적다리 뼈 상단의 둥근 부분이 갑작스런 훈련 등으로 인한 계속된 충격으로 납작하게 변형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평생 뛸 수 없는 후유증이 남았다.

군에 갓 입대한 병사들이 특정 부위에 생기는 피로골절로 인해 심각한 장애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어 군 당국의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대퇴골두 피로골절'은 입대 초기 갑자기 늘어난 운동량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신장 몸무게 등 체격은 좋아졌지만 근력 등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허약 체질의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희중 서울대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량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입대 후 갑자기 훈련 등으로 무리를 하게 되면 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젊은층의 체중이 증가하고 있어 대퇴골두 피로골절 환자 역시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가 최근 5년 동안 군에서 골반 통증 악화로 의병 전역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매년 7~9명의 증상이 실제로는 이 같은 대퇴골두 피로골절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이 질환이 의병 전역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 등 군에서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퇴골두 피로골절이라는 진단명을 내민 김씨에게 의병 전역 결정이 내려진 것은 김씨가 수술을 받은 지 6개월 후인 2007년 6월이었다.

'달리기 금지', '5㎏ 이상 물건을 들고 장시간 걸을 수 없음' 등 전문의의 소견서를 수 차례 군 병원에 제출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더 이상 훈련이 불가능했던 김씨는 수 개월 동안 군 병원에서 허송세월을 해야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사들의 대퇴골두 피로골절 현황과 관련, "해당 질병에 관한 통계는 없다"면서 "전문가 회의를 통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면 내년이라도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개정해 의병 전역 기준을 만드는 등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대퇴골두 피로골절

넓적다리 뼈의 가장 위, 골반과 맞닿는 둥근 부분에 과도한 충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이 부분의 뼈가 주저앉으며 부러지는 질환. 뼈에 금이 가는 초기에는 3,4개월 정도 움직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완치할 수 있지만 뼈가 변형될 정도로 악화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결국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받아야 한다. 금이 가는 초기부터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입대 후 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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